매거진 다시 안녕

지금, 이 계절

by 니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지금, 이 계절이 참 좋다. 아침 저녁으로 달라진 공기는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된다. 그런, 가을이 느껴지는 것 같아 이맘때가 되면 자주 숨을 크게 들이마시곤 한다.


후. 내뱉는 숨에 네 기억까지 함께 내뱉는다. 시원했던 바람은 네가 떠난 빈자리마냥 차디찬 공기로 변해 내 몸을 감싸돌았다.


우린 어디서부터 잘못 됐을까.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을 들고 번호를 찾는다. 그 순간 깨닫는다.


'아, 우리 헤어졌구나'


아침마다 헤어진 사실을 곱씹으며 몸을 일으킨다. 헤어진 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난 그때 그 순간 그의 앞에 아직 서 있다. 내 시계 역시 그때 그 순간에 아직 머물러 있다.


그는 나와의 이별이 쉽고 간단했을지 모르지만, 난 그렇지 못했다. 우리의 추억을 한순간에 지울수도, 지우기도 싫었다. 좋은 기억마저 상처로 남았지만. 처음엔 그 상처를

되뇌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나마 그 상처라도 부여잡고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가끔씩, 아니 자주 꺼내본다.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되뇌다 이내 고개를 떨군다. 시도때도 없이 흐르는 눈물에, 아직도 눈물을 흘리는 내 모습에 다시 울컥한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이젠 시도때도 없는 울컥함이 민망해질 때도 있다. 이렇게 조금씩 무뎌지는 건가라는

생각에 또 다시 울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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