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끝자락에서 난 다시 미묘한 변화를 느꼈다. 자고 일어나보니 여름이 아닌 가을이 된 것처럼, 자고 일어나보니 내가 아닌 나였다. 또 다시 누군가에게 흔들리고 있었다.
미묘한 기분, 난 다시 나를 다독였다.
이제는 누구에게 설렐 나이는 지났다며
내 자신을 다독이고 또 다독였다.
누구에게로 자꾸 가는 시선을, 그 마음을 억누른다는 건. 손톱으로 손가락 끝을 누르며 지그시 눈을 감아버리는 그런 느낌일지 모른다.
"달려서, 숨이 차올라서, 발바닥이 간질거리는 높이에 올라서서 심장이 빨리 뛰는 것처럼.
지금 네게 갖는 이 마음도 그것들과 별 다를 것이 없는. 그런 마음일 뿐이야"
자꾸 내 자신을 다독이다보니 어느새 서른이 코앞이었다.
이젠 서른이 다 되었다며 누구에게 마음을 주기란, 그 마음을 보여주기란 더욱 힘들거라며.
다시 한 번 내 자신을 다독이고 또 다독였다.
"괜찮아. 지금이 감정은 한여름밤의 꿈처럼.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 듯. 그런 일상적인 것들에 너무 흔들리지 말자"
그냥 이렇게 스쳐지나가게 두자. 시간이 지나고 무뎌지다보면 그저 그런 날이 다시 올테니, 그저 그런 나로 다시 돌아갈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