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10
몇 년 전, 서먹했던 우리 사이로 흘러나오는 음악. 뜬금없이 리듬을 타던 네 모습에 정적이 깨지고 웃음이 터졌던 그때가 생각났다.
몇 년 전, 서로의 이야기에 집중해, 어느 순간 어두워진 하늘에 놀랐던 우리가 생각났다. 그때 네가 듣고 싶다던 노래가 생각났다.
몇 년 전, 노래를 흥얼거리던 네 어깨에 기댔던, 내 귓가에는 노래보다 더 크게 들렸던 심장소리가 생각났다.
몇 달 전, 차에서 흘러나오던 노래를 따라 부르던 나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었던 네 손길이 생각났다.
몇 주 아니 며칠 전, 통화하다 문득, 얼굴 보고는 불러주기 민망하다며 노래를 부르던 네가 생각났다. 음치라며 노래는 부르기 싫다던 네가 이 노래는 꼭 들려주고 싶다던, 그 순간 설렘을 전해준 네가 생각났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옆에 있었던 네가, 전화 한 통으로 한여름밤의 꿈처럼, 아주 기나긴 꿈을 꾼 것마냥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