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왜 떠났을까

에펠탑, EPL, 패러글라이딩 그리고 니스

by 니지

출발일 8월 15일까지, 한 달 반. 준비할 시간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가고픈 곳을 떠올리기에는 3일이면 충분했다.


파리의 에펠탑, 런던의 축구 경기, 스위스의 패러글라이딩, 니스


사실 첫 여행이기에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랜드마크는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게 여행을 하다 보면, 인증샷만 남기는 여행이 될 것 같았다. 내가 보고픈 것을 조금 더 보고 즐기자라는 마음먹고 "내가 꼭 하고팠던 4가지만 잘 보고 느끼고 오자"라고 다짐했다.


2016-08-20-14-56-41.jpg 직접 본 토트넘 vs 크리스탈팰리스, EPL 2라운드

운이 좋게 EPL 개막 시즌을 맞춰 런던을 갈 수 있었다. 멘체스터나 리버풀에서 축구를 보고 싶었지만 2일 이상이 필요했기에 내가 런던에 있는 기간 중 런던에서 열리는 경기를 보기로 했다. 그 시기 런던이 홈인 팀의 경기가 딱 하나 있었다. 손흥민 선수가 뛰고 있는 토트넘. 거기에 이청용이 뛰고 있는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맞대결이었다. 두 사람이 함께 런던에서 뛰는 것을 볼 수 있을까라는 가슴 벅찬 마음을 안고 예매했다.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이라면 내가 놀이공원을 무지 싫어하는 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놀이기구를 무서워서 못 탄다는 말을 믿지 않았던 친구들은 나를 데리고 바이킹을 탔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오열하던 내 모습을 본 후 더 이상 놀이기구를 권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겁이 많은 아이다.


그러나 한 번쯤 무서운 놀이기구를 탄다면 그곳이 유럽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난 스위스의 패러글라이딩을 '꼭 해야 할 것들' 목록에 넣었다. 무식한 것이 용감한 것이라고. 얼마나 높은 곳에서 뛰는 것인지 알지도 못 한 채. 사실 그 높이는 알고 싶지도 않았다.


20160903_113504.jpg 니스에서 모나코 가는 길

중학교 때부터 파리만큼 가고 싶던 곳이 니스였다. 프랑스 남부, 니스.


그렇기에 일정상 무리인 줄 알면서도 니스를 넣었다. 신나게 계획을 세우던 7월 14일, 프랑스의 혁명 기념일에 그 평화롭던 니스에 테러가 일어났다.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다. 이 사건으로 니스를 가겠다고 한 나에게 부모님부터 친구들까지 많은 걱정이 쏟아졌다. "거길 꼭 가야 하냐"라는 말을 시작으로 "왜 니스가 가고 싶냐"는 말까지.


나 역시 무서웠다. 유럽 여행을 가기 전 테러에 대한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았기에. 그러나 테러 때문에 나의 니스를 포기할 수 없었다. 나를 걱정해주는 이들에게 "테러가 일어났으니 보안이 더욱 철저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하고도 말도 안 되는 대답을 남겼다. 테러가 일어난 며칠 뒤 1박이었던 니스를 2박으로 늘렸고 그곳을 제대로 즐기리라 마음먹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제 그만 '떠나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