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가득할 뻔 한 여행의 시작
20일 여일 간의 여행을 흔쾌히 허락해주셨던 부모님은 출국 날짜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걱정, 또 걱정이셨다. "소매치기가 많다던데" "혼자 진짜 가야 하나" 등등. 심지어 어머니는 그곳에서 만나기로 한 동행들의 연락처까지 물으셨다. 이 정도면 부모님의 걱정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지인들의 연락과 이야기를 듣던 나 역시 "이 여행이 제대로 된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겼고 내가 꼭 떠나야만 하는 이유를 다시 찾기 시작했다.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여행을 시작하고 싶었지만 이 상태라면 난 설렘은커녕 두려움만 잔뜩 짊어진 채 여행을 떠나야 했기에.
그러던 중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책을 다시 읽게 됐다. 김동영 작가의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230일 동안 자동차에 의지한 채 미국을 횡단한 작가의 여행기가 담겼다. 그 순간 과거 이 책에 대해 한 줄 느낀 점을 남긴 것이 떠올랐다.
과거 친구는 나에게 "괜찮은 책 있으면 한 줄 평을 남겨달라"고 부탁했다. 어느 회사 블로그에 실리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많은 책들이 있었지만 이 책을 다시 펼쳤고 난 친구에게 "서른 살 맞이 230일 미국 여행기. 용기가 없어 떠나지 못하는 날 위한 책. 우리도 떠나보면 나 자신을 알게 될까"라고 남겼다.
그때 그 짧은 글을 적으면서 느꼈던 감정을 다시 되돌아봤다. "난 여행을 통해 난 내가 누군지 궁금했겠구나"라고. 초, 중, 고, 대학교를 다녔고 또 다른 대학교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찾아, 그 일을 직업으로 삼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 직장을 다니며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이 일이 맞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던 날들. 모든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혹자는 그 짧은 여행을 통해 무슨 거창한 것을 바랐냐고 비웃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난 몇 년 동안 잊고 지낸 나 자신을 찾고 싶었다.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하고 웃었는지. 지금 내게 어떤 것들이 가장 소중한 존재인지 꽤나 한동안 잊고 살았기에. 그것들을 생각할 시간들이 내게 필요했다.
오로지 나를 위한 여행이기에 두려움을 잊고 떠나리라 다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