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1
여행 준비 한 달 반 만에 2016년 8월 15일 오후 파리로 떠났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진짜 내가 떠나긴 하는 건가. 설레고도 두렵고, 만감이 교차했다. 공항 리무진을 타고 가도 되는 것을, 부모님은 '혼자 가는 여행'이라며 공항까지 데려다주셨다. 고작 20여 일간인데 어머니께서는 "하루도 편치 않을 것 같다"며 불안함을 내비치셨다. 말씀이 없는 아버지께서도 비행기 탈 시간이 되니 속사포처럼 걱정을 늘어놓으셨다.
수많은 걱정 속에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1시간 30분의 비행시간 동안 고작 잠든 시간은 30분 남짓. 잠을 잘 수 없었다. 자리가 불편해서는 아니었다. 다리를 쭉 펴고 갈 수 있도록 앞자리는 없는 통로 쪽 자리를 택했다. 여기에 옆자리는 사람이 없어 더욱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잠을 못 이룬 것은 단지 설레기 때문, 두렵기 때문, 내 앞날이 궁금하기 때문이었다.
내 여행의 앞날이 궁금했고 여행에서 돌아왔을 내 앞날이 궁금했다. 어리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에, 여행이라. 지금껏 내 생애 최고의 모험이다.
"비행기 탄 지 4시간째, 한국은 저녁시간이다. 여기가 어디인지, 어느 나라 하늘을 지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시간을 거슬러 가고 있다는 것"
비행기 안에서 쓴 일기 중 일부분이다. 길고도 짧은 여정이 시작되기 전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일기의 첫 구절에 담겼다. 일기를 쓰며 난 생각했다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는 것처럼 나 자신도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