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2
비행기를 탄 지 11시간 30분 만에 땅을 밟았다. 그것도 파리의 땅을.
한국과 분명 똑같은 공기임에도 무언가 산뜻했다. 잠을 자지 않았지만 피곤하지 않았고 빨리 이곳을 벗어나 에펠탑이 보이는 숙소로 가고팠다.
도착 후 힘들 것이라 생각해 우버를 타고 호텔로 갈 계획이었다. 이에 리무진은 알아보지도 않았다. 여기서부터 멘붕이 시작됐다. 우버의 출발지는 내가 있는 게이트가 아닌 다른 게이트로 잡혔다. 그 게이트를 찾아 나섰지만 굳게 잠겼다.
결국 예약한 우버는 내가 약속을 어겼다는 이유로 돌아갔고, 우버에 등록된 카드에서는 보증금이라 불리는 5유로가 빠져나갔다. "5유로, 그래도 괜찮아. 다음에 제대로 예약하지 뭐"라는 생각으로 출발지를 바꿔보려 했다. 그러나 바뀌지 않았다. 우버 기사와 전화를 통해 출발지를 바꿔보려 했다. 그 역시 여의치 않았다. 유심칩을 바꾸면서 전화가 먹통이 된 것. 유심칩 회사에 전화해 탑업(top-up)을 하면 됐지만 당황했기에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결국 인포메이션을 찾아갔다. 우버가 출발하는 위치의 게이트가 닫혀있다고 했다. 그는 다른 게이트로 나가서 가라는 말 뿐이었다. 누가 그 방법을 몰랐을까. 그 라인의 게이트 모두 닫혔는데.
그렇게 헤매는 사이 나와 함께 내린 사람들 모두 공항을 빠져나갔다. 그때부터 택시 운전자들은 나에게 와서 말을 걸었고 심지어 한국인 남자는 내게 어디가냐 데려다주겠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의 미소는 왠지 음흉해 보였다. 지금 내 상황이 누굴 믿을 수도 없었기에.
순간 내가 파리 시내로 갈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생겼다. 인포메이션을 다시 찾았다. 영어가 아닌 한국어가 마구 나올 정도로 급했고 당황했다. 순간 속이 좋지 않았고 하늘은 노랗게 변했다. 그만큼 긴장하고 멘붕 상태였다.
마지막이다. 우버를 다시 불러보자. 그 게이트를 다시 열어보자고 했다. 나처럼 우버를 타려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과 함께 그 게이트를 열어달라 했다. 결국 게이트는 열렸고 세 번째 우버와 함께 난 숙소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헤맨 시간, 총 3시간. 내 첫 여행의 시작은 엉망진창이었다.
"정말 내가 이 여행을 잘할 수 있을까" 두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