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3
고통과 아픔을 잊게 했다. 파리는, 에펠탑은, 야경은.
공항에서의 3시간 동안 멘붕, 여행의 시작이 좋지 않았다. 밤 10시에 도착한 호텔, 잠들기엔 이른 시간이었지만 자고팠다.
호텔을 함께 쓰기로 한 친구 중 하나는 에펠탑의 야경을 보러 가겠다며 "같이 보러가자"고 제안했다. 에펠탑이고 뭐고, 심신 모두 지친 상태였기에 선뜻 "가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파리가 위험한 도시라는 말을 많이 들었던 터라 밤 10시 혼자 나간다는 여자아이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 아이의 안전도 걱정됐지만 사실 공항에서 망친 기분을 조금이라도 회복하고 싶었기에.
어둑해진 파리의 밤은 고요했다. 호텔 로비를 벗어나 앞을 보니 건물에 가렸지만 반짝거리는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 에펠탑, 그토록 마주하고팠던 그것이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손에 닿을 것처럼 가까워 보였던 에펠탑이기에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닿을 듯했던 에펠탑은 호텔에서 30분 정도 걸렸다. 점점 커지던 에펠탑은 머리를 뒤로 젖혀도 꼭대기를 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사진에서만 보던 에펠탑이 내 눈 앞에, 만질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건축물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을까. 살아있는 듯했다. 세계 각지에서 에펠탑을 보기 위해 온 사람들로 마르스 광장과 샤오 궁이 가득 찼다.
"아 행복해"
에펠탑을 보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순간 내가 속삭인 말에 나 자신이 놀랐다. 얼마 만에 나온 단어인지, 살면서 이렇게 행복하다고 말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을까 싶었다. 기억이 맞다면 행복하다고 이야기한 적은 많지 않았다. 사실 가슴속에서 우러나와 말했던 적은 없다. "요즘 어때 행복해?"라고 물어보는 친구들에게 "그럼 행복하지"라고 대답했던 적이 전부일뿐.
여행의 시작은 비록 좋지 못했지만 앞으로 행복한 일들이 펼쳐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