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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는 삶 (feat. 홍진경)

by 뇽쌤


제 사무실이라 할 수 있는 교실을 참 좋아합니다.



퇴근 시간이 지나서

종종 별일이 없을 때도 밍기적, 밍기적 거리며

늦게 나오기도 하고,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날에 가서

가만히 앉아서 쉬기도 합니다.



집도 편안하지만,

교실에서 조용히 혼자 있으면

잔잔하게 안정이 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근데 이런 마음을 갖게 된 건 이유가 있습니다.



복직한 뒤, 여유가 좀 생기고 나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있는데요,

제 교실 안을 좋아하는 것들로

하나씩 하나씩 채우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교육 공학적 관점으로 보면,

아이들이 함께 지내고 있는 교실은

의도된 환경 구성들이 있습니다.



텍스트에서 새파란색을 피하거나

아이들이 항시 보고 있는 칠판, 교실 앞 전시판을

크게 번잡스럽지 않게 꾸며야 한다는 규칙들이 있습니다.



이런 큰 규칙들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교실 안에 하나씩 두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교실 자체를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나갑니다.



사실상 집의 인테리어 보다 더 신경 쓰는 것들이

제 교실 속 책상 근처의 물건들이에요.



매일 사용하는 키보드의 색깔,

아이들에게 매일 찍어주는 도장의 디자인,

뒤에다가 놓고 쓰는 갑 티슈의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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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사소한 것이지만

제가 원하는 것들로 채워나가고

또 그 공간을 잘 정돈해나가는 것이

저에게는 참 중요한 자존감의 뿌리가 되더라고요.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나가는 것은

제가 일하면서 깨달은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해요.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지고

내 마음에 찰 만큼 잘 정돈된 공간에서

오후 시간에 좋아하는 커피 한 잔을 쑤웁 하고 한 입 마실 때.



그때 더할 나위 없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예전에 홍진경 님이 한 예능 프로에 나와

대학생들과 고민을 들어주고 답해주던 모습을 본 적 있습니다.



한 대학생분이 일어나서

"여러 예능에서 활약하고 있는데

우습게 보이지 않는 비결이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때 했던 홍진경 님의 대답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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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테 보이는 자동차, 옷, 구두, 액세서리보다도
저는 저 혼자 입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제가 늘 베고 자는 베개의 그 면,
내가 맨날 입을 대고 마시는 컵의 디자인,
매일매일 내가 지내는 집의 정리 정돈.

여기서 내 자존감이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중략)
내면이 단단한 사람은 절대 우스운 사람이 될 수 없어요.

홍진경, KBS 홍김동전




나 혼자만 보는 것들이 있죠?



남들에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꼭 나만 알고 지나가는 것이요.



그리고 내 일상에서 계속해서 함께하는 것들을

얼마나 잘 정돈해나가고 잘 꾸려나가고 있는지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에게 중요한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다 보면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진 삶이

좋아하는 것들이 잘 정돈된 삶이

그동안 나를 단단하게 잘 지탱해 주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는 때가 있어요.



그 지점을 생각하며

남들에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나만 보는 것들은 더더욱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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