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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춤도 꾸준함의 일부라면

by 뇽쌤

반 어린이들에게 매일 숙제를 낸다.

어린이들은 하루에

적게는 3문제, 많게는 5문제씩

수학 문제를 매일 풀어온다.​

어린이에게 매일 숙제가 있다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집은 다들 알겠지만

가정 내에 굉장히 중요한 이슈다.

그래서 그날 알림장에 이렇게 적었었다.



저는 매일 아이들 숙제를 체크하는데,
안 한 친구가 있으면 보통 다음 날 한 번 기회 주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풀어서 가져오게 합니다.

​수학 숙제는 꾸준함과 수학 능력을 기르고자 하는 것인데 가끔 아프기도 하고, 가정마다 사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땐 다음 날 한꺼번에 해오면 되고,
그래도 안 되면 제 자리 옆에 앉아서
숙제하고 가면 됩니다.

​아이가 조금 마음이 불편한 것은
어느 정도 감당해야 할 부분이고,
그다음에도 꾸준히 해올지
저도 계속 체크하며 아이와 이야기를 하니
부모님께서도 그 부분은 참고해 주세요.


지내다 보면

열감기로 아프기도 하고

가족들이랑 급하게 여행을 가면서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을 때도 있다.

꾸준함을 가르치고 싶지만

아프고 급한 상황에서도

한결 같이 꾸준하기를 요구하고 싶지 않다.

어차피 숙제는 계속해나갈 것이고

아이들에게는 내일도 있고 내일 모레도 있다.

꾸준한 것도 너무 좋지만

아프면 쉬기도 하고

힘든 날이면 지나가기도 하면서

그렇게 나를 보살피며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다.

사실 나에게도 매일 숙제 같은 것이 있는데

블로그 1일 1포이다.

수업 일지나 알림장편지는

원래 일적으로 하는 일이라서 뒤로 밀고,​

꾸준하게 하고 싶은 말이나 생각을 매일 적는 것은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품이 많이 들어도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이니

1일 1포를 꿈꾸며 계속 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삶이라는 게

예상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어떤 날에는 내가 아프기도 하고

꼬마가, 또는 남편이 아프기도 하다.

어떤 날에는 잠이 너무 쏟아져서

침대에 누워서 꼼짝 없이 잠만 잘 때도 있다.

어떤 날에는 몸이 아픈 것도 아닌데

한 글자도 쓸 수 없어서

불편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옛날에는 강박으로 속이 뒤집혔는데

요즘에는 어차피 나는 계속 할 건데 하루 이틀이야 뭐... 라는 생각으로

불편한 마음이 조금 줄어들었다.

오은영 박사님이 <금쪽같은 내새끼>에 나와

그런 질문을 하셨다.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과학 시험 점수를 적어보세요.


당연히 출연진들은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과학 시험 점수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그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늦은 시간까지 공부해 본 기억이 있나요?


그 말에 많은 출연진들이

있었다고 대답했다.


우리는 열심히 했던 경험을 기억할 뿐
그깟 숫자를 기억하며 살지 않습니다.

​공부의 목적은 자기 효능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자기 효능감은 어떤 문제를 자신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의 신념을 이야기해요.

오은영 박사님 <금쪽같은 내새끼>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 생각을 글로 정리하며

나 자신에게 치열하게 집중했던

그 시간과 경험을 기억하지

하루 이틀 글을 못 쓴 것은

잊어버리게 될 거다.

물론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1개, 2개의 글을 쓰는 것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앞으로도 계속해서 글을 써나가는 것이다.

쉬어간 다음,

다시 할 수 있다고 믿고

다시 하는 것에 두려움을 갖지만 않으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아파도 해내고

너무나 힘들어도 해내는 것이

당연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프면 쉬기도 하고

힘든 날이면 지나가기도 하면서

그렇게 나를 보살피며

하루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

또 그것이 모두에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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