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양재진이
그의 책 <내 마음을 나도 모를 때>에서
불안할 때 해볼 만한 일로 운동을 꼽았다.
불안한 마음이 올라올 때
자기 마음을 다스릴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입니다.
운동은 계획했다가 몸으로 실행하고
땀 흘리며 운동을 했다는 성취감을 느끼기 좋아,
운동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그는 꼭 운동이 아니어도
자꾸만 마음이 불안해 지거나
안 좋았던 기억이 떠오르며 혼란스러워진다면
뇌의 전두엽을 자극해 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전두엽을 자극하는 방법은
의외로 굉장히 단순했다.
계획을 하고 실제로 실행하고
그 결과물을 바로 확인하는 것으로
전두엽이 지속적으로 자극받을 수 있다고 한다.
불안할 때 내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은 많았고,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자연스럽게
그 방법을 선택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공부를 해야 한다는 불안한 마음속에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갑자기 책상 위를 정리하기 시작하기도 했고,
애꿎은 체크리스트나 To do 리스트를 만들기도 했다.
공부한다는 핑계로
온 방을 청소하지만 않는다면야,
이렇게 작고 사소한 계획과 그에 따른 실천들을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가장 최악의 선택은 그 불안으로 인해
'진짜 하지 말아야지' 했던 행동으로
도망치게 되는 것이다.
가령 의미 없이
인스타그램의 피드만 살펴보고 있다던가,
평소에는 관심 없던 연예인의 뉴스를 살펴보던가,
뒤돌아서면 기억도 나지 않을 유튜브 숏츠들을
계속 넘겨가며 시간을 보낸다거나 하며 말이다.
그 행동을 하면서도
'이러면 안 되는데,
지금 내가 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데...' 하며
불편한 마음으로 있게 된다.
그게 바로 불안의 악순환이 된달까.
개인적으로 소설을 보는 걸 좋아해서
불안이 훅 올라오면
소설 속 세계로 도망쳐버리곤 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소설을 볼 때와
현실에서 소설로 도망쳐버릴 때는
마음가짐이 다르다.
이 다른 마음가짐은
소설을 보고 나서 티가 난다.
읽고 나서 도무지
주인공의 이름이 기억 안 나는 것이다.
2-3시간을 읽었는데
가장 많이 나왔던 주인공의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 건 미스터리한 일이지만
사실 정답을 알고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도
내심 현실 속의 불안과 걱정을
남겨두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걸 자각하고 나서는
어떤 걸 해야할 지 모르겠을 때,
운동이나 청소를 하려고 한다.
운동을 하고 땀이 난 나를 확인했을 때나
청소를 하고 깨끗해진 집을 보았을 때,
어느새 활기찬 기운으로 가득 찬 나를 볼 수 있다.
몸이 움직이면 생각도 따라 움직인다.
뇌보다 먼저 몸이 나를 일으키고,
움직임 속에서 굳어 있던 마음이 조금씩 풀려나간다.
생각이 막히던 자리에
다시 숨이 들어오고,
그제야 마음이 제 자리를 찾아간다.
그래서 요즘은 불안이 찾아올 때면
억지로 생각을 고치려 하지 않는다.
대신 몸을 일으켜 한 걸음이라도 내딛는다.
마음이 막힐 땐,
언제나 몸이 길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