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해서
도무지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못할 때가
살다 보면 종종 찾아와요.
축 늘어져 버린 솜처럼,
손가락 꿈쩍도 하지 못할 만큼
기운이 빠질 때도 있어요.
불안이 스물스물 올라오고,
뭐라도 해야겠지만
좀처럼 기운이 다시 나지 않을 때 스스로 느끼죠.
아, 내가 정말 지쳤구나, 하고요.
그동안 뭔가를 열심히 해왔다면,
아니면 그냥저냥 했어도
체력적으로 힘이 다했다면,
사람이니 지칠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내가 완전히 지쳐버렸다는 걸 깨달으면
다시 원래의 상태로,
더 기운찬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어요.
제일 먼저 잠을 잡니다.
아주 푹이요.
급한 일도 있을 수 있고,
중요한 일이 있을 수도 있는데,
기한이 정해진 일이 아니라면
일단은 다 제쳐두고 잠부터 자요.
명상, 필사, 운동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저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잠을 자는 것이에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진승 박사가
세바시에 나와
내 마음이 아픈지 알아차리는 두 가지 방법을
이야기했었습니다.
1. 수면의 질과 시간이 편안한 정도인지?
2. 식사량의 큰 변화가 있는지?
이 기본적인 것들 두 가지가 흔들린다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수면과 식사만 잘 관리해 줘도
내 마음에 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죠.
먹는 것은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어느 정도 맞춰지는 것이 있지만,
의외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은 '잠'인 것 같아요.
사람의 마음가짐은
인내심이나 의지에 달렸다고 믿었던 때가 있습니다.
스스로의 인내심이나 의지를
몇 번이나 탓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어요.
사람의 마음가짐은
체력과 잠에 달렸더라고요.
잠을 안 자면 사람은 저절로 예민해지고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나기 마련이에요.
마음 공부가 중요하다는 건
그 다음 일이었어요.
손 하나 까딱할 기운이 없을 때,
완전히 지쳐버렸다고 느낄 때,
그것을 거슬러 올라가지 않고
그냥 자버리는 것도 꼭 필요해요.
몸이 충분히 쉴 수 있게요.
그리고 푹 자고 일어나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채워진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