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한테도 내가 그래?

by 뇽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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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아침에 일찍 학교 가서 공부한다고

난리부르스를 떨던 터라

엄마 차 안에서 간단하게 아침 먹는 게 당연했다.

떡이나 빵 같은 걸 먹기도 했고,

어쩔 때는 국그릇에 밥과 청국장을 담아

학교 가면서 비벼 먹기도 했다.

그게 내 딸에게까지 이어질지는 몰랐지만 말이다.

유치원에서 1등으로 출근하는 꼬마는

집에서 간단한 빵, 계란찜, 과일을 먹고

후다닥 나와 차를 타곤 한다.

요즘은 해가 늦게 뜨니

꼬마와 내가 집을 나설 때는

어슴푸레 해가 완전히 뜰락말락할 때다.

키가 1m가 겨우 넘은 꼬마는

여전히 작기만 한 것 같아서

매번 가는 길에 뭐라도 챙겨가서

뒷자리에 탄 꼬마 손에 쥐여줬다.

어쩔 때는 식빵이기도,

어쩔 때는 귤이기도 한데,

오늘은 치즈 피자였다.

꼬마를 카시트를 태우고

'이제 유치원에 가면 7시 50분쯤이니까

학교 도착하면 8시 25분쯤이겠지?'

그렇게 출근 시간을 셈하며

자동차 핸들을 슬슬 돌리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유난히 꼬마의 피자 먹는 소리가

쩝쩝 들리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엄마가 되고 나서 생긴 병이 하나 있다.

'저걸 지금 말해주지 않아서

평생 저렇게 쩝쩝거리며 먹으면 어쩌지?'라는,

일명 '순간을 평생으로 확대해' 병이다.

빨간색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변해

천천히 좌회전을 하면서

꼬마에게 말해줬다.

"다람아, 뭘 먹을 때 쩝쩝 소리 내면서 먹으면 안 돼."

"왜?"

"사람들이 먹을 때 내는 소리를 싫어하거든."

"왜?"

꼬마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 같았다.

몇 번이나 왜냐고 묻길래

좀 고민하다가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음.. 사람들이 그 소리를 듣고

네가 좀 더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엄마한테도 내가 그래?"

질문과 대답 사이에

작은 공간이 생겼다.

네가 뭘 해도

나한텐 더럽다고 느껴지진 않을걸...

뒤를 돌아보지 않았는데도

피자를 먹다가 엄마를 보고 있을 꼬마가

눈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

"... 엄마는 다람이 엄마니까

언제나 네가 귀여운데, 사람들은 엄마랑 달라.

소리 내면서 먹는 건

사람들 사이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야."

꼬마는 그 말을 듣고 납득했는지

몇 번을 오물거리다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소리가 안 나지는 않아!"라며 투덜거렸다.

그 말을 듣고 웃음이 터져서

아예 소리가 안 나기는 어렵고

입을 다물고 먹으면

좀 괜찮을 거라고 알려줬다.

꼬마는 몇 번은 조심히 먹다가

또다시 쩝쩝 소리를 냈다가

좀 눈치를 봤다가 다시 조심히 먹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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