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15년부터
교직생활을 시작하며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으로
꽤 오랜 시간 근무했다.
특히 1학년 담임교사를
자주 하면서
다른 학년에 비해서
학부모와의 잦은 연락과
만남(?)을 가졌다.
1학년은
보통 학교 앞으로 마중 나오는
학부모님들이 많이 계셔서
아이들을
학교 앞까지 배웅하다 보면
학부모님을 자주 만날 수밖에 없다.
또 얼굴 마주쳤는데
그냥 들어가기가
민망스러워서
배웅하는 동안
매일 조금씩
부모님들과 대화(스몰 톡)를
나누었던 것 같다.
교사라는 생활이 원래 그렇지만
너무 얼굴을 자주 마주치다 보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지나치게 가깝게 보게 된다.
그렇게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면
무심코 지나칠 수 없는 것들이 생긴다.
꼬마가 교문 앞에서 너무 오래
엄마를 기다리는 것 같아서
막대사탕을 하나 주려고
서랍에서 꺼내다가,
멈칫하는 마음에
막대사탕을 하나 더 꺼내서
이따가 엄마도 하나 드리라고
아이에게 전하게 되는 마음이랄까.
내가 교사로서 지내왔던 모든 기간 동안
아이들과 학부모를 마주하는 시간이
편안했다고 감히 말하지는 않겠다.
나 역시
꺼내놓으면
지금도 기가 막힌 일이 있었고
집에 와서 우울감에
가구처럼 앉아 있었던 기억도,
잠도 못 잘만큼
억울해 했던 기억이 있으니까.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교사를 믿고 맡기며,
아이 교육을 위해서라도
더 학교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신다.
삶과 삶이 만나고,
매일매일
지나치게 자주 마주치는 그 관계는
사실은 그렇게 단순한 관계는 아니다.
그러다
내게 아기가 생기면서
육아휴직을 하고
어린이집에 보내게 되었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학부모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아이를 어린이집 보내면서
교사로서 머리 깨진 적이
몇 번 있는데,
그중에 제일 큰 건
학부모로서 겪는 내 마음이었다.
나도 교사인데,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이해 못 할 친밀감(?)을
느끼는 것이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이상하게 선생님을 만나면
뭔가 자녀 양육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싶어지고
시간이 지나며
가까워진 것 같아서
농담(?)도 하고 싶어지고
이런 내가 너무 이상하고
스스로가 이해가 안 되었다.
내가 교사였기에
자칫하다가 말 잘못하면
선생님께 실수하기 쉬운 걸 알아서
최대한 건조하게 인사하고
돌아서려고 노력했다.
행동과는 별개로
나는 내가 그런 마음이 드는 것 자체가
너무 낯설어서 깜짝 놀랐다.
교사인 친구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는데,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은 모두
머리 위에 ?????를 그렸고,
왜??? 왜??? 도대체 왜???
라는 얘기를 했다.
그러게,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라고 나는 얘기할 뿐이었다.
친구들이랑의 모임 이후에
혼자서 생각을 해봤는데,
그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
아,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요즘의 육아는 외롭다.
홀로 타지에 나와서
아기를 키우고 있는 부부라면,
더더욱 그렇다.
누군가 육아를 도와줄 사람도
곁에서 살뜰하게 지켜봐 줄 사람도 없다.
육아나 자녀 교육은 어렵고
나 자신도 인격적으로
완성되지 못해서
초등교육 전문가인 나도
영유아인 꼬마의 양육에
때로는,
아니 사실은 자주...
자신이 없다.
인터넷과 유튜브로
수많은 아기 엄마나 인플루언서들,
유명한 의사 선생님들의 영상을 통해
조언을 얻고 꿀팁을 얻어 가지만
그게 다다.
실제 내 삶에서 부딪치는
자녀 지도와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조언을 얻을 사람이 없다.
주변에 아기 엄마들이 많으면
이런 이야기들을
시시콜콜 나누겠지만
최근에는 실제로
이런 관계들이 형성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은 내가 그렇다.)
또한 알고 지내는
아기 엄마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나와 수평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조언을 얻을 관계는 아니다.
나와 짝꿍 다음으로
내 아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특히나 권위가 있는 사람은
선생님 밖에는 없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그때그때마다 건네주시는
조언이나 팁을
소중히 잘 간직하게 되었다.
그 영향력이 생각보다
더 대단하다.
거기다
등 하원하면서
선생님이랑 아침과 오후에
두 번씩 얼굴을 보는데
지나치게 자주 마주하다 보니
이상한 내적 친밀감(?)이 생기는 것이다.
사실은 학부모와 교사는
학생으로 이어지는
굉장히 공적인 관계이다.
그런데 만약 마음이
지나치게 불안해지거나
이 내적 친밀감을 사적인 것으로
오해할 정도로 마음이 약해지면
실수하기 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로운 이 육아 생활에서
특히나 타지에서 홀로 살고 있는
육아 독립군 부부라면
더 그러지 않도록
정신 단도리를 잘 해야 한다.
나에게는
한 분의 선생님이시지만
우리 선생님에게
나는 수많은 학부모 중 한 명이야.
우리 선생님은 '일'하고 계신다.
수없이 되새겨야 한다.
시간이 지나고
나는 여전히 알림장에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매일 댓글을 남기고,
체험학습이 되면
선생님들 드실 커피 챙겨서
등원길에 보내기만 하는
조용한 학부모로 살고 있다.
(어린이집은 커피 보내도 됩니다!)
그럼에도
선생님께 고마운 그 마음만은
진짜다.
그 분은 그 분의 일을
하시는 것이고
부담스러워하실 수 있으니
표현은 안하지만
최근 내 삶 속에서 제일 고마운,
(사실은 남편보다 고마운...)
은인이나 마찬가지다.
외롭고 자신 없는
육아생활 속에서
엄마에게도 선생님이 필요하다.
(한 10cm만큼 떨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