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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뇽쌤 Nov 07. 2023

어떤 아이들은 꼭 거울 같아서


유난히 마음이 쓰이던 아이가 있었다.



여러 가지 어려운 사정이 있어서 

내가 애를 썼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 아이가 그냥 눈에 밟히기도 했다. 

그래서 내 교직을 통틀어서 

다시는 그렇게까지 애를 쓸 수 있을까, 싶은 일도 했었다. 



돌아보면 교사의 권한을 한참이나 

넘어서는, 월권인 일이었다. 



그리고 위험했지만 

내 교직 인생에 남는 훈장 같은 일이기도 했다.



더 이상 담임이 아닌 시기가 되고 나서도 

그 아이가 종종 생각났다. 

그 아이는 전학을 가서 

학교 안에서는 더 이상 보지 못했었다. 


나에게는 그 아이의 연락처가 남아 있었고 

잘 지내는지 정말 궁금하고 안부를 묻고 싶었다. 



경력이 많은 선생님과 함께 얘기를 하다가 

그 아이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었다. 

그 아이가 꿈에 나왔던 날이었다.




걔한테 연락을 해볼까 봐요.


아니, 선생님. 연락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왜요?


내가 보니까, 오히려 서로에게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 

그 이후까지 책임져줄 수 있는 게 아닌데, 

괜히 들쑤시는 것일 수도 있거든.


아… 


오히려 선생님은 왜 그 아이에게 그렇게까지 했는지, 

지금까지 마음에 남았는지 생각해 봐야 해. 

그런 건 선생님 마음에 이유가 있어.






많은 여운이 남았던 대화였다. 

선생님은 오랜 제자가 굉장히 무리한 요구를 했던 경험으로 

큰 상처를 받으신 적이 있었다. 

더 그래서 방어적으로 말씀하신 것도 있었다.



쓸데없이도, 나는 선생님이랑 대화 이후로 생각이 많아졌다.



왜 그 아이의 안녕이 오랫동안 궁금했을까. 



생각해 보면 그 아이의 어려웠던 환경과는 별개로, 

그 아이는 묘하게 어릴 적의 나를 닮았던 부분이 있었다. 

삐쭉- 하고 잘못 튀어나온 못 같았다. 


어딜 가든 흐릿해지고 싶지 않아서 애를 쓰고 

그 때문에 누군가에게 쉽게 상처 주기도 했었다. 



어쩌면 그 아이가 정말 잘 있기를 바랐던 것은, 

어릴 적의 내가 잘 있기를 바랐던 마음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 아이에게 더 잘해주지 못했던 아쉬움을 

만회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말이다.



그리고 내가 그 아이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했던 건, 

어릴 적 나에게 잘 해주고 싶어서 그랬던 것도 있지 않을까. 



그제야 나는 안부를 묻고 싶었던 마음이 

오롯이 그 아이를 위해서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 아이에게 연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건 결국 내 욕심으로 그 아이 인생에 아무것도 아닌 내가 

잠깐 나타나도 될까, 망설여져서 말 걸지 못했다는 결말이다.



그래도 나중에 길에서 만나게 된다면 환하게 웃는 얼굴로 

꼭 반갑게 잘 지내냐고 묻고 싶다.



어떤 아이들은 꼭 거울 같아서, 

유난히 마음에 큰 자국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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