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이랑 장을 보다가 마트에서 옛 1학년 학부모님을 뵈었습니다.
워낙 옛날이라서 절 못 알아보신 것 같았는데, 반가운 마음에 가서 먼저 인사했었습니다.
철수(가명) 어머님 아니세요?라고 얘기하면서요.
잘 깜짝 놀라시고는 금방 절 알아보시더라고요.
찹쌀떡같이 하얗고 말랑말랑하던 철수는 제가 너무 예뻐했었던 꼬마예요. 꼬마는 같이 있지 않았지만 꼬마의 동생이 같이 있더라고요. 1학년의 경우 부모님들이 학교에 아이들을 많이 데리러 오시다 보니 놓고 올 수 없는 어린 동생들을 데리고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 동생도 얼굴이 익었는데, 많은 시간이 지나서 엄마 뒤에 숨던 동생이 벌써 오빠랑 같은 학교 3학년이 되었더라고요.
세월이 얼마나 빠른지, 새삼스러웠습니다.
철수는 잘 지내요?라고 물으니 어머님이 철수는 잘 지낸다고 하시다가 갑자기 울먹이셔서 놀랐어요.
1학년 때 선생님 만나서 잘 지냈고 항상 고마움 가지고 살았다고, 그렇게 울먹이며 말씀해 주시는데 저도 같이 눈물이 고일 뻔했어요.
휴직하면서 학교에서 떨어져 있는 게 어쩔 때는 쓸쓸하기도 했습니다.
일하는 걸 좋아해서 월요일을 좋아하던 저는 휴직하면서 약간의 동력을 잃은 부분이 있었어요.
그런데 다시금 또 교사로서 잘 살아가야지 하는 마음을 다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더 고맙고 감사해서, 서로 계속 감사하다고 또 만나자고 얘기하면서 헤어졌어요.
생각해 보면 힘든 순간들도 있었지만 계속 교사로 지내야겠다고 마음먹는 순간들은 매번 있었습니다.
보물같이 아끼고 반짝이던 순간들.
애들이랑 같이 눈싸움하면서 눈밭을 뒹굴던 순간,
수학 문제 잘 풀었다고 칭찬해 주던 순간,
속도 썩이지만 그냥 꼬마들이 귀여워서 웃었던 순간,
올려 보낸 옛 꼬마들이 커버려서 나는 이제 아는 어른이 되어 서로 인사하던 순간,
할 수 없는 부분에서는 거절하지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들은 기꺼이 도와드렸을 때 서로 고마워하던 순간,
종업식 날 교실 앞에서 어머님들께 그동안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어머님들이 우셔서 나도 눈물 났던 순간.
그런 부분이 모여서 교사로서 계속 성장하고 이어나가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운이 좋아서 좋은 아이들, 좋은 학부모님들 많이 만나서 그렇지만,
내 안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들을 모아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