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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뇽쌤 Nov 02. 2023

부모님께 돈 맡기지 말 것(사회초년생 특)


사실은


사람들이 다 나처럼 사는 줄 알았다.



24살에 초등 교사로 


취업하고 나서부터


3년간 집에 월급을 절반을 넘게 보냈다.



지금 생각해 보면


3년 만이었던 게 다행이다.



우리 부모님은 어려운 집에서


애매하게 공부를 잘하던 막내를 위해서


고등학교 시절 내게 그야말로 


헌신해 주셨던 분들이셨다.



그런 부모님께서


첫 월급이 나오기 전에


네가 다 쓸까 봐 걱정되어서


우리가 대신 모아주는 거라고 하셔서


집에 돈을 보내기 시작했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받은 용돈과 세뱃돈을 쪼개고 저축해서


수시 때 내가 모은 돈으로


대학별 맞춤 논술 수업을 들었을 정도로


(이게 얼마나 비싼지 이 수업을 들어본 사람들은 안다.)


돈 관리를 영 못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근데 부모님이 '원래' 집에 돈을 보내는 거라고,


직장을 잡고 나서는 '원래' 그런 거라고


그러셔서 "알겠다"라고 했다.



그게 "알겠다"라는 대답이


나중에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올지는


상상도 못했다.



다들 나처럼 사는 줄 알았다.


교사가 되고 첫해에는 


월급이 180만 원 정도 되었는데,


100만 원을 보내고 나면


나에게는 80만 원이 남았다.



다행히도 관사에서 살면서


한 달 80만 원으로 지냈다.





© joshappel, 출처 Unsplash



관사비 15만 원,


교통비로 15만 원,


(주말에 고향 가는 것 포함)


이것저것 생활용품 10만 원,


밥은 먹기는 해야 했으니까 2-30만 원.


통신비나 관리비 등으로 10만 원.



그러고 나니 남는 돈이 별로 없었다.



돈이 없으니


나는 그곳에서


'그냥' 살았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일하고, 


일 끝나면 집에 와서 수업 준비하고,


종종 선배들이 사주시는 술을 감사히 마시며 살았다.



근데 뭐가 이상하다고 느꼈던 건


1년이 지나서였다.



친구와 유럽여행을 가기로 해서


돈이 많이 필요했다.



그때 부모님께 모은 돈을 돌려달라고 했는데,


내 예상과 달리 돈이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꼭 가야 하냐?
왜 이렇게 돈이 많이 드냐?



모아주신다고 했던 '내 돈'을 필요한데 쓰는데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사실 잘 이해가 안 되었다.



그때는 뭐가 잘못되었는지 


콕 집어서 알 수 없었는데,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품에 돈이 들어오면


나가는 것을 아쉬워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그리고 필요하다고 얘기했던 여행비가


현금의 형태가 아니라,


아버지의 카드로 쥐어진 것을 보고


내 돈이 실제로 모이고 있음이 아닌 것을 알게 되었다.



여러 가지로 내 돈은 쓰이고 있었다.



공무원 준비하던 오빠의 용돈,


부모님의 집 대출이자, 생활비, 


부모님의 보험료.



그래서 내가 내 돈을 받고자 하면


그 돈이 부모님께는 고스란히 빚이 된다는 것을,


1년 반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뭔가가 이상하다.


뭔지 모르겠는데 뭔가 이상해.



원래 그렇다는 말,


원래 그렇게 집에 돈을 보낸다는 말.



맞는 말인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았다.



혼자서 혼란스러움을 느끼다가


주변에 조심스럽게 묻기 시작했다.



내 친구들은 대부분 교사여서


나와 다들 비슷하게 교직생활을 어린 나이에 시작했다.



그러니까 나랑 월급도 소름 끼치게 똑같다는 말이다.



야, 너네는 월급 어떻게 하냐?라는 내 물음에 




월급은 그냥 통장을 스쳐 지나가는 거지~ 




하면서 웃고 떠들다가 들려준 얘기들은 


나와는 정반대였다.



그냥 다 쓴다는 친구


교직원 공제회에 60만 원씩 넣고 있다는 친구


적금통장을 하나 개설해서 거기에 계속 넣고 있다는 친구


전세금 대출받아서 대출 이자 넣고 대출금 갚으려고 돈 모으고 있다는 친구



그날 집에 와서 마음앓이를 좀 했다.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 때문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내 의지대로 사는 것이 


매우 중요한 사람인데,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이 없고


박탈당한 것 같아서 속이 상했다.



그리고 그런 내 의지를 가져가 버린 사람들이


세상에서 제일 의지하던 엄마 아빠라는 것이 더 속상했다.



그렇게 '무엇이 이상한지' 완전하게 느끼면서 


화병이 생기기 시작했다.



출근하는 21번 버스 안에서


갑자기 화가 나서 숨이 막혔다.



나보다 내 월급날을 더 잘 알고


하루라도 밀리면 왜 돈 안 보내냐는 


아버지의 전화가 너무 싫었다.



그렇지만 더 화가 났던 건,


이 돈 보내는 순환 고리를 끊기기가 


당시 나에게는 어려웠다는 것이었다.



이미 부모님은 내가 보내는 돈을


부모님의 주요 수입원으로 잡아두고 


기본 생활비로 지출하며 살고 계셨다.



이 비극으로 인해


결국에는 내가 결혼을 할 때까지


돈을 보내드리는 것으로 이어지고야 말았다.



우리 부모님은


그나마 내가 결혼했을 때


가전제품과 가구를 몇 개 사주시는 걸로


모은 돈을 절반쯤 돌려주셨다.



그러나


3년 동안 모았던 돈을 


나는 만져보지도 못했고,


모든 것을 카드빚으로 사니 


가구나 가전제품을 저렴한 것만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내 결혼은 부모님께 고스란히 빚으로 돌아갔다.



결혼 이후에도


부모님과의 재정적인 관계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아


1년의 긴 시간 동안


정말 큰 마음고생을 하면서 정리했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 가족은 


서로를 아주 많이 사랑하는데도


상처를 아주 많이 주었다.



어쩔 수 없었다.



이제는 나 혼자 사는 게 아니니까


더 이상 그렇게 살 수는 없었다.



시간이 좀 지나서


내가 이 일을 묻어버리고


살게 되었던 것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엄마 아빠와의 대화가 아니라


할머니 장례식장에서 


친척 어른과의 대화에서였다.



내 결혼에 대해서 얘기하게 되었을 때,


우리 부모님과 고향이 같은, 


친척보다는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어르신이 


나에게 그런 말씀을 하셨다.



집에 돈 좀 벌어주고 시집가지 그랬어.



나는 그때 축하의 말보다


그런 말을 건네던


그 친척 어른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진심으로 걱정하는 눈빛과 표정.


그리고 그로 인한 얼굴의 그늘짐까지.



그건 진짜였다. 진짜로 우리 가정을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아.


그렇구나.



이 분처럼


우리 엄마 아빠는


정말로 이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구나.



나는 그날 타인을 통해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어떻게 엄마 아빠가 이래?라는 


생각을 안 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 엄마 아빠한테 


그게 정말 당연한 삶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나는 미워할 사람을 잃어버렸다.



나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생각해 보면


결국에 "알겠다"라고 했던 건 나였다.



결정권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알겠다"라고 결정했던 건 나였고,


매달 돈을 입금했던 것도 나였다.



미워할 사람도,


바보 같았던 것도 나였다.





사회 초년생이라면


자기 돈을 관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근데 이 관리하는 법은


누군가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내 돈을 관리해 보는 과정을 통해서


배우게 된다.



티끌 같은 돈들이 모여서 


큰 티끌이 되어보는 경험도 해봐야 하고,


가진 돈을 투자했다가 


잘못해서 다 날리더라도 


성공도 실패도 경험해 봐야 한다.



돈을 모으더라도


어떤 예금이 더 이율이 높은지 


찾아보는 과정이 필요하고


나의 평소 소비패턴과 


1년 중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는 때를 


알아야 한다.



내가 성장하기 위해서


큰마음을 먹고


평소에 쓰는 돈보다


더 많은 돈도 써봐야 한다.



월급 나오기 전에


돈이 쪼들려서 


커피를 마시고 싶다가


한 번 참아도 보는,


쓸쓸한 경험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님과는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내가 내 돈을 버는 순간부터


재정적으로 분리되어야 한다.



이는 명절이나 생신 때는


키워주신 은혜로 용돈도 드려야 하고


같이 살면 적당한 생활비도 


드리기 시작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개인적으로는 만약 부모님께서 


아무리 재테크의 달인이라고 해도,


조언만 귀담아들을 뿐이지


본인이 관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친구 간에 돈 빌려주지 말라는 말,


돈을 주게 된다면 


다시 받을 생각하지 말고 줘야 한다는 말은,


친구보다 더 가까운 사이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제는 우리 부모님과


재정적으로는 완전히 분리가 되어서


그때의 그 시기가


꼭 아주 나쁜 꿈을 꿨던 것 같이 느껴진다.



지금은


서로에게 좋은 일이 있으면


적은 금액이어도


용돈을 주고받으며 축하해 준다.



엄마 아빠에게도


우리 삼 남매 사람 구실하게 키워줘서 고맙다고,


어디가 편찮으시면 우리 삼 남매가 도울 거고,


자식들이 잠깐 미쳐서 돈 좀 달라고 해도


아무한테도 돈 한 푼도 주지 말고


다 쓰고 가시라고 얘기한다.



서로 많이 사랑하니까


서로를 응원해 주고 싶으니까



그래서 약간은 더 멀어지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러니까, 


부모님께 돈은 맡기지 말 것!



특히 사회 초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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