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에
가벼운 물건을 줍다가
허리에서 뚝- 하는 소리를 들었다.
(실제로 들렸는지는 모를 일이다.)
벼락과 같은 통증과 함께
무슨 만화처럼 옆으로 쓰러졌다.
허리가 갑자기 돌처럼 굳고
찌릿한 느낌이 올라왔다.
단번에 심상치 않은 일이라는 걸 알았다.
그날 꿈쩍도 하지 못하고
침대에서 요양을 했다.
다음날
갓 태어난 어린 기린처럼
부들부들 떨면서
꼬마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 진료받고
물리치료받으면서
뜨끈한 전기요 위에 누워있었다.
일요일 아침부터 그다음 날까지
내 머릿속에서 "하필이면 왜 지금??"이라는
말만 웅얼거리고 있었다.
당장 이사가 내일이다.
해야 할 것들이 잔뜩이었다.
무거운 짐을 날라야 할 것도 많았고,
몸 쓰는 게 한창이었다.
이사도 이사지만
허리를 다치면서
당연히 운동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때마침
요즘 운동도 재밌어지고
살도 빠져서 요즘 신이 나있었다.
(진짜 인생에서 이런 순간이 몇 없다.)
하필이면 왜 지금 허리가 아파서....
그러다 물리치료실 천장의
오묘한 벽지 무늬를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천천히 가라는 뜻인가 보다.
몸이 아픈 건 이유가 있었을 거다.
그동안 몸이 아파가는 것도 모르고
계속 몸을 쓰고 있으니
조금만 살살 가라고,
조금만 천천히 가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나 보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쉬엄쉬엄,
살살살,
몸은 아끼면서.
이사를 잘 끝내보자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