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햇살이 반짝이던 어느 날,
꼬마를 짝꿍에게 맡기고
고향으로 다녀왔다.
혼자서 3시간을 꼬박 운전해서
집에 도착했다.
엄마 아빠는
갑자기 찾아온 막내딸에게
왜 왔냐고 묻지도 않고 반겨줬다.
별거 아닌 가벼운 일을 도와드리고,
저녁 먹고 다시 올라가기로 했다.
엄마, 아빠랑
셋이서 거실에서 작은 반상을 놓고 먹었다.
어릴 때부터
청국장을 유난히 좋아하는 나였는데,
엄마, 아빠가
그걸 세상 누구보다 잘 알아서
매번 내가 올 때마다
끓여주는 청국장이 놓인 상이었다.
남들은 비위생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반찬통 그대로 얼기설기 놓인 반찬들.
꾸릿한 냄새가 나는 청국장을
몇 술 떠서 밥 위에 올려두고
야무지게 비볐다.
엄마, 계란 후라이도 해주면 안 돼?
- 그럼, 해주지.
내 말에 먹던 수저도 내려놓고
엄마는 벌떡 일어났다.
어느새 내 앞에는
김이 모락한 계란 후라이가
뚝딱 나타났다.
콩이 가득한 청국장에
계란후라이까지 얹어서
또 몇 술 더 떴다.
그리고 말했다.
있잖아, 내가 어릴 때도 언니, 오빠한테 재수 없다는 얘기 많이 들었잖아. 엄마 근데 나 아직도 재수 없나 봐. 누가 나한테 잘난 척하지 말래.
- 우리 딸한테 누가 그랬어?
있어, 그런 사람. 내가 안 그러려고 했거든. 이번에는 진짜 잘 하려고 했거든...
- 무슨 소리야, 재수 없다니. 우리 딸처럼 착한 딸이 어딨다고.
나보다 더 화가 나있는 그 목소리에
속으로 치미는 뜨거움을 삼켰다.
그러니까,
사실 이 말이 듣고 싶어서 였거든.
어린 꼬마도 맡기고
편도로만 3시간 운전해서 집에 왔던 게.
서른이 훌쩍 넘은 못난 딸은
엄마, 아빠한테 이 말이 듣고 싶어서
먼 길을 그렇게 달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