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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뇽쌤 Dec 11. 2024

7살이 1학년 교실에 놀러온 날

7살의 어린 동생들이

8살들의 교실에 찾아왔다.

교실을 둘러보는 눈초리에

낯선 기색이 역력하다.

이 교실의 주인들은

웬지 모르게 기가 퍼드득 살아있다.

가슴을 한껏 부풀린 공작새처럼

형님 자세로 앉은 모습을 보니

자꾸 웃음이 비집고 나와서

안간힘을 다해 참았다.

겨우 1년,

아니 사실은 몇 달 차이가 나는

어린 것들이지만,

7살들은 어색한 모양새로

교실 앞에서 몸을 베베꼬며 서있다.

유치원 선생님의 말씀에

고사리 같은 손으로

꼬깃한 종이를 하나씩 펴본다.

손바닥만한 종이에 뭘 썼나 들여다 보니,

학교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하나씩 적어왔다.

"놀이 시간 있어?"

"한글 몰라도 돼?"

"수업시간에 화장실 갈 수 있어?"

기대와 걱정이 서린 질문을 받고

형님들이 야무지게 대답해준다.

"1교시 끝나고 5분,

2교시 끝나고는 10분,

3교시 끝나고는 5분,

점심시간 쉬는 시간은 훨씬 더 길어."

어떤 대답은

AI 보다 더 정확해서

멍하게 있던 담임을 깜짝 놀라게 하고,

"학교 들어와서

한글 계속 배우니까 잘 몰라도 돼.

괜찮아."

어떤 대답은

햇살 같은 마음이 담겨 있어서

코를 찡긋하게 했다.

"수업 시간에 화장실 갈 수 있어!

근데 너무 많이 가면 안 돼, 알겠지?"

어떤 대답은

갑자기 7살들을 바짝 얼게 해서

유치원 선생님과 담임을

동시에 팝콘처럼 웃게 만들었다.

제일 긴장한 7살 꼬마가

더듬더듬 말한 질문은

동생들보다 담임이 제일 궁금했던 것이었다.

"학교와서 제일 좋은 게 뭐야?"

이상하게 긴장이 되어서

침을 한 번 꿀떡 삼켰다.

설마 없다고 하진 않겠지.

불안감이 뒷목을 슥 스쳐갔는데,

꼬마들이 다행히 손을 우르르르 든다.

다행히 1년 농사가 나쁘지 않다.

"쉬는 시간이 있는 거야."

"공부하니까 재밌어."

그러다 세 번째로 손 든 꼬마의 말.

"선생님을 만나서 좋아."

어, 진짜 예상을 못 했는데...

"선생님이 엄청 친절해."

"선생님이 제일 좋아."

"선생님이 착해서 좋아."

와르르 쏟아지는 애정에

준비되지 않은 마음이 일렁거린다.

꼬마들이 보내온 것들에 비해

내가 보여준 애정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

받을 줄 몰랐던 애정에

놀랄 수도, 웃을 수도 없었다.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모르는 채로

어쩔 줄 모르고 서있는데,

우리 반의 마지막으로 손 든 꼬마가 말했다.

"선생님이 귀여워서 좋아."

누가 누구에게 귀엽다 하는지,

곁에서 서계시던 유치원 선생님과

눈 한 번 마주치고 또 다시 팝콘처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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