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의 어린 동생들이
8살들의 교실에 찾아왔다.
교실을 둘러보는 눈초리에
낯선 기색이 역력하다.
이 교실의 주인들은
웬지 모르게 기가 퍼드득 살아있다.
가슴을 한껏 부풀린 공작새처럼
형님 자세로 앉은 모습을 보니
자꾸 웃음이 비집고 나와서
안간힘을 다해 참았다.
겨우 1년,
아니 사실은 몇 달 차이가 나는
어린 것들이지만,
7살들은 어색한 모양새로
교실 앞에서 몸을 베베꼬며 서있다.
유치원 선생님의 말씀에
고사리 같은 손으로
꼬깃한 종이를 하나씩 펴본다.
손바닥만한 종이에 뭘 썼나 들여다 보니,
학교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하나씩 적어왔다.
"놀이 시간 있어?"
"한글 몰라도 돼?"
"수업시간에 화장실 갈 수 있어?"
기대와 걱정이 서린 질문을 받고
형님들이 야무지게 대답해준다.
"1교시 끝나고 5분,
2교시 끝나고는 10분,
3교시 끝나고는 5분,
점심시간 쉬는 시간은 훨씬 더 길어."
어떤 대답은
AI 보다 더 정확해서
멍하게 있던 담임을 깜짝 놀라게 하고,
"학교 들어와서
한글 계속 배우니까 잘 몰라도 돼.
괜찮아."
어떤 대답은
햇살 같은 마음이 담겨 있어서
코를 찡긋하게 했다.
"수업 시간에 화장실 갈 수 있어!
근데 너무 많이 가면 안 돼, 알겠지?"
어떤 대답은
갑자기 7살들을 바짝 얼게 해서
유치원 선생님과 담임을
동시에 팝콘처럼 웃게 만들었다.
제일 긴장한 7살 꼬마가
더듬더듬 말한 질문은
동생들보다 담임이 제일 궁금했던 것이었다.
"학교와서 제일 좋은 게 뭐야?"
이상하게 긴장이 되어서
침을 한 번 꿀떡 삼켰다.
설마 없다고 하진 않겠지.
불안감이 뒷목을 슥 스쳐갔는데,
꼬마들이 다행히 손을 우르르르 든다.
다행히 1년 농사가 나쁘지 않다.
"쉬는 시간이 있는 거야."
"공부하니까 재밌어."
그러다 세 번째로 손 든 꼬마의 말.
"선생님을 만나서 좋아."
어, 진짜 예상을 못 했는데...
"선생님이 엄청 친절해."
"선생님이 제일 좋아."
"선생님이 착해서 좋아."
와르르 쏟아지는 애정에
준비되지 않은 마음이 일렁거린다.
꼬마들이 보내온 것들에 비해
내가 보여준 애정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
받을 줄 몰랐던 애정에
놀랄 수도, 웃을 수도 없었다.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모르는 채로
어쩔 줄 모르고 서있는데,
우리 반의 마지막으로 손 든 꼬마가 말했다.
"선생님이 귀여워서 좋아."
누가 누구에게 귀엽다 하는지,
곁에서 서계시던 유치원 선생님과
눈 한 번 마주치고 또 다시 팝콘처럼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