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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진지 Jul 12. 2019

잠은 인천에서, 삶은 서울에서

왕복 4시간의 출퇴근을 7년째 하고 있습니다.

나의 직업은 비디오그래퍼이다.


현재는 마케팅 대행사에 근무하며 브랜드의 유튜브 광고 영상을 만들고 있다. 온라인 트렌드는 딱히 지역을 타진 않지만 대중문화나 여러 오프라인 이슈들은 서울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마케팅이나 예술 계통의 일자리는 대부분 서울에 집중되어있다. (오프라인 이슈들이 온라인 콘텐츠로 가공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온라인 트렌드 역시 아주 관련 없다고 하진 못하겠다.) 그렇다 보니 대학에서 영상을 전공한 나 역시 서울에서 일자리를 구하게 되었다.


서울에서 일한 지는 햇수로 약 7년이 되었다. 올해가 지나면 8년을 채우게 된다. 나의 본가는 인천에 있는데 강남, 강북, 강서 상관없이 서울이라면 무조건 2시간이 걸리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 말인즉슨 인천에서 서울로 왕복 4시간의 출퇴근을 7년째 해오고 있다는 뜻이다. 글을 쓰는 지금도 어찌나 징글징글한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때문에 퇴근하고 돌아오면 '우리 하숙생 왔네'라고 엄마가 장난스럽게 말씀하신다. 잠은 인천에서, 삶은 서울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가장 좋아했던 퇴근뷰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는 잠과 삶 사이의 그 '4시간'을 기록하기 위함이다. 누군가는 길 위의 시간을 버리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7년이란 시간 동안 나에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사회 초년생 시절, 퇴근길에 지는 노을을 보며 눈물을 뚝뚝 흘렸던 일, 지각하지 않으려 전속력으로 달리다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져 버렸고 결국엔 네발로 기어가 열차에 탑승했던 일, 퇴근시간 만차 열차 안에서 사람들에게 밀려 누군가와 작은 갈등을 겪었던 일 등. 또한 길 위의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고, 덕분에 독서하는 습관도 기를 수 있었다.


내 시간은 버려지지 않았다.


아니, 버려져선 안된다. 그래서 브런치에 글을 쓰고자 한다. 그동안 겪은 일, 앞으로 겪을 일, 열차 안에서 꾸역꾸역 읽었던 책 등. 이것들이 글로 남겨진다면 어찌 버려지는 것으로 취급될 수 있을까. 과연 내 글을 읽어줄 사람이 있을까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글로 기록된 시간은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버려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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