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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진지 Sep 14. 2021

혼자 산지 벌써 1년?

그동안 무엇이 달라졌는가

독립한지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브런치에는 총 10개의 아티클을 작성했는데요. 빈도와 상관없이 꾸준히 써보자가 목표였는데 이렇게 1년을 회고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이전 아티클이 두 달 전인 건 비밀)

1인 가구가 되면서, 왕복 4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되면서 그동안 무엇이 바뀌었는지 정산해보았습니다.



1.유료의 삶을 살고 있다. (온도, 습도, 조명 다..)

독립이란 자고로 자본주의 사회에 나 자신을 본격 등판시키는 느낌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저 숨만 쉬었을 뿐인데 돈 백만 원이 훌쩍 사라집니다. 유료로 삶을 사는 느낌이에요. 특히 여름 같은 경우엔 덥고 습하기 때문에 에어컨을 켤 수밖에 없는데요. 이럴 땐 자신의 온도와 습도가 유료가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밤에는 형광등 대신 간접조명 두 개를 쓰고 있는데요. 이 조명 역시 유료입니다. 그나마 조명이 주는 분위기는 덤이라고 하네요. 인심이 좋아 다행입니다. 독립 전과 후의 생활비는 비교했을 때 이전보다 1.5배는 더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출을 줄이거나, 소득을 늘리거나 둘 중 하나의 노선을 택해야 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다른 1인 가구 분들의 가계가 궁금합니다.


2.요리는 가성비가 시원치 않다.

본가에서 살 때는 혼자서 제법 잘 차려 먹었습니다. 파스타나 비빔국수 같은 걸 곧잘 해먹었기 때문에 혼자 살아도 굶진 않겠다는 안이한 생각을 했었는데요. 막상 독립하고 보니 최대치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고작 파스타였습니다. 네, 그게 저의 케파였어요.

요리를 하려면 이런저런 부재료를 사야 하고, 다듬고, 불 앞에서 요리를 해야 하는데요. 요리가 끝나면 설거지가 남습니다. 놀러 가면 가위바위보를 통해 요리팀과 설거지팀을 나누는 국룰을 지켜온 저에게, 이런 현실은 꽤나 부담스럽게 다가왔습니다. 더군다나 원룸 구조상 부엌이 좁기 때문에 재료를 펼쳐놓을 공간도 부족했고, 재료와 식기들은 수직으로 쌓아서 보관하다 보니 몸을 틀거나 살짝 손을 뻗었을 뿐인데 너무나 쉽게 무언가를 떨어뜨리고 깨뜨렸습니다. (제 탓이 아니라고 말씀해 주세요..) 그렇게 고생해서 만든 요리는 고작해야 10분 컷.

저는 여러 번의 시뮬레이션 끝에 요리는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다고 배달해서 먹기엔 건강을 무지하게 신경 쓰는 타입인데요. 이에 '요리'가 아닌 '조리'로 전략을 변경했습니다. 즉석국이나 레토르트 식품으로요. 더불어 1밥 1반찬을 컨셉으로 밥 한 공기에 메인 요리 하나만 가져가는 방식으로 밥상을 좀 더 미니멀화하였습니다. 이게 설거지도 적게 나오고, 비용과 시간도 줄어드는 정량적 결과를 보여주고 있어서 당분간은 '조리' 노선을 그대로 유지할 것 같습니다.

알고 보니 최대 케파였던 오일 파스타. 주 1회 이상 먹는 편.


3.숨쉬기 운동 대신 러닝을 시작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왕복 4시간(회사가 이사하면서 거의 5시간)의 통근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집에 도착하면 저녁 10시가 넘었고, 씻고 밥 먹으면 어느새 11시가 훌쩍 넘어 자정이 되는 루틴을 5일 내내 지속했는데요.

1년이 지난 지금은 회사 근처로 독립한 덕분에 왕복 40분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을 확보한다면 꼭 해보고 싶은 게 퇴근 후 운동이었습니다. 체중관리는 둘째치고 이대로 가다간 골로 갈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게 러닝입니다. 지금은 주 2~3회씩 5KM를 인터벌로 뛰고 있습니다. 체중은 둘째라고 말씀드렸지만 첫째만 예뻐할 수 없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몸무게를 재 봤습니다. 바로 저번 주에요! 그러나 야속하게도 변화는 없었습니다. 1년 전과 후의 체중이 아주 똑같아요. 인간의 항상성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대신 지구력은 달라졌습니다. 저는 노래 하나를 틀어놓고 그 노래가 끝날 때까지 달리는 스타일인데요. 이전에는 2곡 정도만 뛸 수 있었다면, 지금은 7곡까지도 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죽이 됐든, 밥이 됐든 하다 보면 뭐라도 되긴 되는 것 같습니다. 외형의 변화는 없었지만 지구력이라는 경험치는 먹은 것 같아요.

곧 있으면 300킬로미터!


4.경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경제 문맹에서 경제 쪼렙으로..)

지금은 현생에 치여, 그리고 오를 만큼 오른 시장이라 쉽사리 들어가고 있지 못하지만 소액으로나마 주식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소위 말하는 경제 문맹이었는데요. 지금도 비슷한 수준이라 과거형으로 말씀드리기엔 너무 부끄럽지만 이전에는 좀 더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빚은 무서운 것이고, 주식은 도박과 비슷하며, 실거주를 제외한 부동산은 투기라고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빚(대출) 덕분에 독립할 수 있었고, 1주의 주식이라도 보유한 덕분에 경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비록 암담하지만 내 집 마련에 대한 욕구도 생겼습니다. 특히 주식의 경우 1주라도 있는 것과 1주도 없는 것은 정말 차원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 1주 덕분에 기사 하나라도 더 찾아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누구보다도 배경지식이 없기 때문에 경제에 대한 관심을 한 번 놓기 시작하면 다시 빌드업하기 힘든 타입입니다. 학생 때 수학 문제집 1단원만 너덜너덜한 애들 아시죠? 그게 바로 접니다. 그때의 일을 반면교사 삼아 꾸준히는 아니더라도 게을러질 때마다 조금씩 관련 서적이나 콘텐츠를 보면서 관심을 지속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독립 전과 후로 나눴을 때, 크게는 위의 네 가지가 달라졌는데요. TOP4보단 TOP5로 마무리하는 게 익숙한 그림인 것 같아 나머지 하나도 작성하려 했지만(5.브런치를 시작했다 같은..) 어디서 본 글 중에 TOP5보다 TOP4가 더 임팩트 있다는 걸 본 것 같아 여기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진짜예요. 아무튼 진짜입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의 계약 기간이 1년 남았습니다. 2022년 9월은 어떤 내용으로 1년을 회고하게 될까요? 내면의 성장도 좋지만 슈퍼개미가 되어 유튜브를 하고 있다거나, 청약과 로또에 동시에 당첨되어 서울에 집을 샀다거나 하는 내용이면 더욱 좋을 것 같은게 솔직한 직장인의 심정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 회고도 기대해주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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