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기를 꿈꾼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 한다.
주체적인 삶을 꿈꾸지만, 그 삶이 무슨 모양일지는 알지 못 한다.
세계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에 놓이고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서는 새로운 나를 볼 수 있다.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관찰할 수 있다. 나에 대한 이해가 넓어진다.
여행 중에는 뭔가에 취한 느낌이 난다. 평소의 나라면 안 할 법한 행동을 한다.
카페에서 옆 노부부에게 가장 좋아하는 식당을 물어본다든가, 어느 식당이든 환하게 웃으며 들어간다든가.
"내가 알던 나"와 "새로이 알게 된 나".
한국 속 나도 사교적이고 활기찬 편이었다. 다만 한국은 레스토랑에서 춤추지 않는다.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우리의 사고방식과 행동반경은 우리도 모르는 새에 제한되어 있다.
나를 몰래 지배하던 관념은 한국을 벗어나면 물리적으로 사라진다.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놓이면 나를 가두던 울타리가 사라진다.
자유로운 나를 관찰하게 된다. 새로운 나를 알게 된다.
남미의 정열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레스토랑에서 현지인들과 트월킹을 했다. 길거리 버스킹 옆에서 타코 상인과 살사를 췄다. 눈치보지 않고 어디서든 춤추고 즐기는 것, 지금껏 바라온 것임을 깨달았다.
여행지 별 유명 랜드마크를 찍는 것은 숙제처럼 느껴져서 싫었다. 오히려 멕시코에서 충동적으로 버스킹 했을 때, 우연히 들어간 공방에서 화가에게 진로 고민을 털어놓다 울었을 때 가장 행복했다. 내가 능동적으로 행동해서 예상치 못한 꿈만 같은 순간을 만들어낼 때, 가장 강렬하고 깊은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행이 길어지며 지쳐갈 때쯤, 스스로가 마음껏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내버려두었다. 여행에 대한 압박이 사라진 나는 매일 아침 카페에서 글을 썼다. 카페에서 뭉쳐있는 생각 실타래를 차근히 풀어낼 때 고양감이 들었다. 글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번아웃 끝에, 나는 놀기만 해서는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할 때 느끼는 몰입의 감각이 그리웠다. 나는 성취하고 성장하는 순간에 자아를 실현한다는 걸 깨달았다. 여행하면서 내 열정을 바칠 분야와 가치를 탐색하기로 결심했다.
자연/동물보호가 천직인지 확인하기 위해 아마존에서 2주 봉사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나 하나의 육체노동으로는 변화를 만들기 어려웠기에 보람을 느끼지 못 했다. 대신 자연과 결합된 일상에서 산뜻함을 느꼈다. 나는 자연을 직접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어우러진 라이프스타일을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한 내게는 내가 유의미한 영향력을 끼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후덥지근한 열대기후에 짜증이 나다가도, 손에 꽃 한송이가 들려있으면 기분이 좋아졌다. 작은 감각적 만족감이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행 중의 나는 물리적으로 자유롭다.
즉흥적으로 매 순간의 마음을 따른다.
내 사고방식 또한 자유롭다.
나를 가두던 규범, 시선이 모두 사라져있다.
외적, 내적으로 모두 자유로운 상황에서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는 나를 관찰한다.
나라는 사람이 완전히 자유로울 때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하는지 관찰한다.
나라는 사람의 본질이 무엇인지 탐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