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좋아하는 일 찾기 200일차
퇴사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 지 6개월이 됐다. 그 동안 알게 된 좋아하는 일을 찾는 몇 가지 팁을 공유하고 싶다. 제목은 좋아하는 일을 찾는 법이라고 썼지만, 나를 찾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아직 찾고 있는 중이라,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 사실 아직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더 미루면 안 될 것 같아 그냥 올린다.
퇴사 직후의 나는 ‘좋아하는 일’에 대해 고정된 이미지와 과한 환상을 갖고 있었다. 그림이나 노래처럼 특정한 분야에 깊이 빠져, 지치지 않고 몰입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열정을 끝없이 쏟을 수 있는 단 하나의 분야만 찾으면 모든 문제가 풀릴 거라고 믿었다.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여러 분야를 모두 시도해봤다. 세계여행, 버스킹, 아마존 봉사, 에세이 연재까지 많은 것을 해봤지만 마법처럼 꽂히는 분야는 없었다. 노래와 글쓰기가 좋았지만, 공연을 준비할 때 연습하기 싫은 순간도 있었고, 글이 안 써질 때는 머리가 아팠다. 좋기만 한 분야는 없었다. 완벽한 분야는 없었다.
그러나 어떤 분야든 나에 대해 새롭게 배우는 것들이 있었다. 세계여행이 한달 가량 되었을 때 노는 게 너무 지겨워 우울해졌고 일에 몰입하고 성취하는 감각이 그리웠다. 멕시코에서 즉흥적으로 버스킹을 할 때는, 내가 정해진 틀을 벗어나 능동적으로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완벽한 정답은 없지만, 내게 맞는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조정해갈 수 있다.
환상 속의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 하면 끝없이 헤매게 된다. 완벽한 분야를 찾아야만 일에 몰입할 수 있다면, 나는 10년이 지나도 몰입하지 못할것이다. 대신 이제는 내가 이미 아는 정보를 바탕으로 불완전한 선택을 한다. 그렇게 일을 하다 보면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되고, 조금 더 완전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제는 지금 내리는 선택에 확신이 없더라도 덜 불안하다. 확신을 가지는 것이 오히려 특이한 것이고, 불확실한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임을 배웠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완벽한 정답은 없다. 끊임없이 조정해나가는 과정의 연속이다.
하루종일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고 정리하면, 마음속 깊이 숨겨진 좋아하는 일을 발견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책상 앞에 앉아 아무리 고민해도 알 수 없었다.
스스로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이유는, 그것이 스스로가 경험한 것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환경에 들어서고, 새로운 경험을 할 때, 나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는다.
아마존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 2시간을 땀 흘려서 일군 밭은 고작 가로 1m 남짓이었다. 내 영향력이 너무 작아 전혀 보람을 느끼지 못 했다. IT 회사에서 일할때는 100만명의 유저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에 익숙했다. 너무 익숙했기에, ‘영향력’이 내게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도 몰랐다. 전혀 다른 환경에 몸을 던졌을 때, 너무 당연해 인지하지도 못했던 영향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새로운 경험을 했는데도 별로 얻은 게 없는 것 같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은 우리의 무의식에 녹고, 우리의 정체성을 구성한다. 나는 결국 내 경험의 총집합이다. 내가 경험한 것 안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
다양하고 새로운 경험은 우리의 세상을 넓혀준다. 우리의 정체성을 더 입체적으로 구성해준다. 우리의 팔레트가 더 풍부한 색깔로 채워진다. 이후에 새로운 선택을 내릴 때, 일을 할 때, 관계를 쌓을 때, 풍부해진 팔레트를 활용해서 더 깊은 통찰력이 묻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낯선 환경에 들어서면 낯선 생각과 행동이 나타난다. 문제는 내 상식과 다른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이때 우리는 나의 낯선 모습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기 쉽다. 특히, 마음이 보내는 신호는 보기 싫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세계여행을 가기 위해 5년 동안 돈을 모았는데, 여행을 시작하고 3주가 지나자 번아웃이 왔다. 밖에 나가지 않고 숙소에 누워 릴스만 봤다. 유튜브 속 세계여행자들은 과감한 도전을 통해 자기만의 여행을 하는데, 그에 반해 나는 멕시코까지 와서 누워만 있었다.
스스로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자기비난은 전혀 도움되지 않았다. 마음을 찬찬히 살펴봤다. ‘지금 무슨 상황이지?’, ‘나 왜 이러지?’,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지?’, ‘이 감정의 기저에는 뭐가 있지?’
알고보니 나는 노는 게 안 맞는 사람이었다. 나는 일에 몰입할 때 살아있다고 느낀다. 피상적으로 놀기만 하는 여행은 내게 아무 의미도 주지 못한다. 이후에는 여행하면서 내 열정을 바칠 가치를 탐색했고, 번아웃을 극복했다.
내 마음이 보내는 신호는 정말 한심한 행동의 형태로 나타났지만, 그것을 비난하지 않고 그저 들여다봄으로써 나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다.
낯선 생각과 감정, 별로인 내 행동은 나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단서다. 내 마음이 보내는 신호이다. 우리는 그저 평가하지 않고, 내 마음을 인정하고 자세히 관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