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퇴사, 세계여행
횡단보도를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순식간이었다. 나는 내가 인지하기도 전에 이미 버스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었다. 아스팔트 바닥에 누워 떠오른 첫 번째 생각은, "무조건 하고 싶은 것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의 내 삶, 고통, 눈물들이 다 바보 같이 느껴졌다. 왜 나는 고작 대학원 입시 때문에 좌절하고 매일 울었던 거지? 대학원에 들어가는 것이 내가 꿈꾸는 삶이 아님에도 말이다.
내가 꿈꾸는 삶은 바다 근처 소도시에 사는 것, 동물과 교감하는 것, 광활한 자연을 보는 것,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것이었다. 나는 내 로망을 철없는 꿈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교통사고를 당하는 순간, 너무 억울했다.
나는 내 로망을 이루지 못 하고 죽을 뻔 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삶을 살아왔던 걸까.
그 후 대학원을 포기하고 취업했고, 자유를 느꼈다. 사회가 요구하는 입시, 취업 의무에서 드디어 해방됐으며, 부양가족이 없으니 오직 나 하나만 잘 책임지면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제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인생을 꾸려나가도 된다.
처음에는 회사가 좋았다. 팀에서 인정을 받고 성과를 내는 게 뿌듯했다. 더 잘하고 싶었다. 내 손을 거친 제품이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것도 신기했다. 팀원들 한명한명을 애정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내 삶이 회사에 종속된다고 느껴졌다. 나는 스타트업에 다녔는데, 업무량이 많아 야근과 주말근무가 잦았다. 충분한 숙면과 운동은 사치였다.
무엇보다 내가 만드는 제품이 나의 신념과 어긋났다. 내 삶이 점점 내가 아닌 회사에 종속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상사가 말했다.
"사람들은 곧 죽는다면 여행을 갈거래. 난 이해가 안 돼. 그렇게 가고 싶으면 지금 가지. 나는 당장 죽는다고 해도 그냥 지금처럼 회사 다닐거야."
동의한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미루지 않고 당장 도전해야 한다.
나의 마음 속 가장 큰 욕망은 세계여행이었다. 광활한 자연을 보고 싶었다.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들과 대화 해보고 싶었다. 한적한 바다 근처 소도시에서 카페 알바를 하며 살아보고 싶었다.
퇴사를 하면 안 될 이유는 무수히 많았다. 고작 1년 3개월 뿐인 짧은 경력, 모두가 치열하게 노력하는 20대.
많은 사람들이 후회하지 않겠냐 얘기했다.
하지만 세계여행이 내 가장 큰 갈망이었기에, 떠나는 것은 이미 정해진 일이었다.
내가 떠나지 말아야 할 수 많은 이유들은, 결국 내가 떠나면 안 된다는 결론을 전제로 한 잡음에 불과했다.
지금이 내 삶에서 가장 자유로울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을 따르지 않는 것이 더 두렵다.
나는 나를 믿는다. 지금까지 많은 역경을 부숴왔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내게 주어져도, 나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꾸려낼 거라고 믿는다.
지금은 세계여행 22일차, 후회없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