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중, 3시간 만에 결정된 길거리 버스킹

영화 코코의 배경지, 멕시코 과나후아또에서.

by 김지오

오후 5시, 버스킹 해볼까?

멕시코 과나후아또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갑자기 버스킹을 해볼까? 생각이 들었다.

원래도 해외에서 버스킹 해보는 꿈이 있었다. 낭만적이니까.


하지만 마이크, 악기, 앰프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핸드폰과 노트북 뿐..

진짜 가능한가? 머릿속으로 계속 계산을 돌려봤다.

오케이, 이미 버스킹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장비를 잠깐 빌리자.


오후 7시, 과나후아또 도착.

앰프를 못 빌릴 경우를 대비해서 현지인 친구 Alex에게 블루투스 스피커를 빌렸다.

멕시코 친구에게 연락해 유명한 한국 노래를 추천 받았고 BTS의 dynamite와 Karina의 Slow motion을 부르기로 결정했다.


오후 7시 반, 폭우가 쏟아졌다.

여기저기 길거리를 돌아다녔지만 버스킹 하는 사람이 1명도 없었다.

못 하려나? 싶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안 할 수는 없다.

Nothing can stop me를 중얼거리며 돌아다녔다. 어떻게든 해야겠더라.


오후 8시 반, 드디어 버스킹 스팟 발견

비를 피해 공연할 곳을 찾아 하염없이 걷다가 터널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터널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 버스킹할 곳 찾았다..!


위치를 찾긴 했지만.. 막상 하려니까 정말 민망했다..


일단 난 혼자였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

옆에 마음씨 좋아보이는 여자분을 붙잡고 사람들에게 날 스페인어로 소개하고 내 영상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처음엔 거절하셨지만 간곡하게 부탁드리자 도와주셨다.


맥북을 꺼내 스피커를 연결했고, 그 분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하셨다.

터널에 민망하고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어쨌든.. 노래를 시작했다.

비가 온 게 나름 신의 한 수였다.

터널 안에 비를 피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터널로 인해 에코 효과도 있었다.


처음에는 민망했지만, 하다보니 신났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고 지나갈 때는 아주 조금 상처 받았고, 멈춰서 구경할 때는 기분 째졌다.

노래하며 눈이 마주치는 사람에게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노래를 잘 하지는 못 했다.

Dynamite는 애초에 잘 아는 노래가 아니라 가사를 절었다.

관객이 신경쓰이고, 너무 흥분돼고 재밌어서 노래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막 춤추고 싶었다.


하지만 노래가 끝나자 사람들에게 박수갈채를 받았다.

정말 처량하게 터널에 들어와서 민망하고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노래를 시작했는데, 박수갈채라니.

너무 흥분됐다. 기뻤다. 지금도 계속 생각난다.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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