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24일차, 멕시코 산미구엘데아옌데
길을 걷다 한 공방에 눈길이 멈췄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그 작품에 매료됐다. 공방을 둘러보라는 화가의 환대에 들어갔다. 나는 미술을 잘 모름에도, 그의 그림에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화가의 이름은 Riki다. 원래 스포츠 기자였던 그는 10년 전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화가의 길로 들어가는 게 무섭지 않았어?" 내가 물었다.
10년 전, 그는 삶에서 권태를 느꼈다. 심리상담을 받았고,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림”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좋아했다. 하지만 34살인 그는 화가의 길을 도전하기 두려웠다.
Riki는 일을 병행하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의 작품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화가로서의 가능성을 확신했다. 그는 공방에서 그림을 배웠는데, 자신이 이미 그림 그리는 법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그저 알았다.
10년 동안 그는 그림을 그려왔다. 이제 그는 돈을 번다.
“아무리 좋아해도 하다보면 힘들잖아. 다른 분야를 해보고 싶지는 않았어?”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다른 사람은 하나도 안 보이고 오직 그만 보이는 것처럼, 그는 그림만 보였다. 그는 자기가 화가가 될 운명이고, 자신이 그림 그 자체라고 대답했다.
그는 자신의 결정이 인생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한다.
“지오, 무언가를 하고 싶다면 해. 사랑에 빠졌다면 아무것도 신경쓰지 마. 네 인생이야.”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국 울음이 터졌다. 어릴 때 내가 좋아한 건 자연, 운동, 동물이었지만, 그런 것에 시간을 쏟는 건 철없다고 여겨졌다. 나는 하루 14시간 학원 숙제를 해야 했고 남들이 정해준 길을 따라야 했다. 22년을 그렇게 살다가 교통사고 당하고 너무 억울했다.
이렇게 살다가 죽을 뻔 했다고? 내가 해보고 싶었던 건 하나도 못 해보고?
여행이 끝나면 어렸을 때 가졌던 로망을 좇을 것이다. 이 결정에는 확신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두렵다. AI 업계에서 커리어를 쌓으면 안정적으로 돈을 잘 벌 텐데, 나는 그 길을 벗어나려 한다. 30살, 40살이 되었을 때 경제저으로 빈곤할 가능성도 있다. 그때쯤 친구들은 고연봉에 멋진 커리어를 가질텐데, 나는 그들 앞에서 과연 안 작아질 수 있을까?
내가 현재 추구하는 것은 친구들과 다르기에 종종 동떨어져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Riki와의 대화에서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는 걸 느꼈고,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큰 위로를 받았다.
나는 Riki처럼 사랑에 빠진 분야가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마음 한 켠에 품어왔던 것들에게 이제 기회를 주려 한다. 나에게도 Riki처럼 몰입할 수 있는 분야가 있을까? 솔직히 모르겠다. 없을까봐 무섭다.
Riki는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줬다. 또 다시 울음이 터졌다ㅋㅋ
San Miguel de Allende, 깊은 위로를 받았다. 이곳이 정말 좋다. 여행이 끝나면 여기서 잠깐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