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서 2주간 봉사하며
작년 9월, 퇴사를 결심하며 마음속으로 외쳤다.
내게 일은 자아실현의 수단이다.
기왕 일을 할 거라면 내 삶의 목표를 이루는 수단이 되고,
중요한 가치를 좇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내 삶의 목표, 중요한 가치, 자아를 찾기 위해 세계여행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도전해보는 중이다. 그 중 하나가 자연/동물 보호였다. 초등학생일 때 농부와 수의사가 꿈이었을 만큼, 동물과 자연을 좋아했다. 그래서 2주간 아마존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내가 정말 ‘자연/동물 보호’를 업으로 삼을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었다.
봉사가 끝나면 아무리 음식을 입에 우겨넣어도 속이 공허하게 느껴졌다. 봉사 기간 내내 과자를 매일 4봉지씩 먹었다. 신체적 피로의 문제가 아니었다. 몇 번 하다 보니 봉사가 점점 하기 싫어졌고, 억지로 하다 보니 온몸이 젖은 솜처럼 무겁고 기력이 바닥날 때가 많았다.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아마존에 가기 전, 나는 자연과 동물에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었다. 푸른 숲, 맑은 물, 새소리를 들으며 동물과 교감하는 나를 상상했었다. 하지만 자연/야생동물 보호는 전혀 환상적이지 않았다. 전혀 아름답지도 않았다. 모든 것이 땀과 오물에 절여진 육체노동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내가 주로 맡았던 일은 야생동물 우리 청소와 현지인 농사 돕기였다. 첫날 우리를 청소한 뒤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동물 우리를 치우는 건 냄새 나고, 손이 더럽혀진다. 썩어서 끈적해진 바나나 뭉치를 치워야 한다. 굳은 똥을 물에 적셔서 흐물하게 만들어야 한다. 빗자루와 갈퀴를 이용해서 오물을 쓸 때는 당연히 바지에도, 내게도 튄다. 거북이가 지내는 연못을 청소할 때는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는 불투명한 흙탕물에 내 손을 넣어 흐물해진 유기물을 꺼내 버려야 한다.
물론 자연과 동물에 대한 전문지식이 전혀 없는 내가 2주 만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과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동물을 구조하거나 자연을 보호한다는 느낌은 받고 싶었다. 현실은 허드렛일만 계속되었다. "내가 왜 이런 노동을 해야하지?" 불만이 일었다.
나 하나의 노동으로 아마존에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 수 없다는 점도 흥미를 잃게 했다. IT 업계에서 일했던 나는 수십만 명의 유저에게 영향을 주는 것에 익숙했다. 아마존에서는 1시간 동안 개고생해봤자 돼지 우리 하나 청소하는 게 전부였다. 제대로 된 임팩트를 만들지 못한다는 무력감에 재미를 잃었고, “무료 노동력을 착취당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마존 현지에서 동물 보호 센터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평생을 그 일에 바친다. 센터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땀과 오물에 절여진 노동에 매달린다. 나는 솔직히 그렇게 살기 싫다.
그럼에도 예상치 못한 행복을 발견한 지점이 있었다. 바로 숙소 생활이었다.
내 방에는 침대만 있었고, 화장실은 건물 밖에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려면 풀숲을 지나야 했고, 샤워실도 야외에 뚫려 있어 바나나나무를 보며 샤워를 했다. 테라스에 앉아 식사를 할 때면 마냥 시원했다. 빗소리를 들으며 글을 쓸 때는 집중도 참 잘 됐다.
나는 자연을 좋아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은 자연과 일상이 결합된 라이프스타일이었다.
땀과 오물을 견디며 자연과 동물을 직접 지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매체에서 자연/동물 보호는 꽤 낭만적으로 그려진다. 동물과 교감하고, 나무에서 과일 열매를 바로 따서 먹는다. 물론 모두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는 땀과 오물에 절은 고된 현실이 있었다. 그 현실을 감내하는 사람만이 동물과 깊이 교감하고, 무성한 자연 한가운데서 지낼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나는 2주 동안 그 삶의 한 조각을 경험하고 나서, "이건 내 길이 아니구나" 확신했다. 아무리 자연과 동물이 좋아도 고된 노동은 내게 맞지 않았다. 또한 내게는 1) 내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2)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 자연/동물에 대한 애정이 식은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자연/동물 보호에 대한 관심은 이어갈 것이며, 내게 맞는 방식으로 기여할 기회가 보인다면 기쁘게 도전할 것이다.
부끄럽지만, 아마존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수의대로 진학하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자연과 동물에 대한 애정이 워낙 오래 이어져 왔기에, 아마존 봉사가 내게 안 맞을 가능성은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당연히 잘 맞을 것이라고 믿었고, 이 분야를 업으로 쌓기 위한 다음 단계를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너무 안 맞았다. 그래도, 도전 해봤으니까 안 맞는다는 것도 알게 된 것이겠지.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도전을 할 것이고 그 중 대다수는 실패할 것이라고(나와 안 맞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래도 갠찮다. 하나만 맞으면 된다. 이런 무수한 실패를 겪다보면 천직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