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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우리에게 따뜻한 마무리가 필요하다.

교복 입은 친구들과 논술 수업을 한다. 

오늘 주제는 '셀프 핸디캐핑'이다. 

스스로 불합리한 상황을 만들어 자신을 합리화시키는 내용이 담긴 기사, 글을 읽고 생각을 정리한 뒤 글을 썼다. 

글을 수월하게 쓰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몇 가지 프레임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이 글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전하고 싶은지'에 대한 분명한 신념을 드러내는 것이다. 

정답이 없기에 내 생각을 자신 있게 피력할 수 있고 그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근거를 분명히 제시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줏대가 분명해야 한다.  이것이 정답 없는 글쓰기의 가장 큰 매력이자 강점 아닐까. 

글자 수를 정해놓고 개요를 작성한 뒤 글을 쓴다. 글쓴이들은 글을 쓰는 습관이나, 문체가 있는데 

때론 그들에게 개별 미션을 줘서 특유의 문체에서 잠시 일탈하게 돕기도 하고 과감하게 개요를 바꿔보라고 조언해 주기도 한다. 이것 역시 조언일 뿐 결정은 글쓴이 의의 몫이다. 

아이들이 글을 쓸 때 나도 미리 쓴 글 마지막을 조금 수정했다. 

셀프 핸디캐핑에 대한 의미를  간단하게 요약하며 끝맺은 마무리가 갑자기 시적으로 변신했다. 

때로는 나를 보호하는 보호기 재가 동반한다. 

자신 있게 나를 드러내는 자신감도 좋지만,  부끄러운 신부처럼 살짝 숨어 

'나는 나약한 존재입니다'라고 행하는 것 또한 아름다움이다.  

" 얘들아, 이런 마무리는 어떨까?"  수업 동지들에게 물어보니 한 명이 " 뭔가 더 시적인 것 같아요."라고 대답한다. 

여러 문체를 접하면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내 글에 녹여 어울리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투쟁하듯 써 내려가는 잔다르크 같은 글도 있지만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시적 감성으로 마지막 마침표를 찍어 사람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매만지는 글도 있다. 

심플하고 문체가 간단해 읽는 즉시 이해가 되는 명쾌한 글도 있지만 짧은 한 문장 속 의미를 곱씹고 곱씹으며 머리를 쥐어짜게 되는 그러한 글도 존재한다. 

설명문 / 논설문 / 기행문 / 산문 / 소설 등의 갈래를 야무지게 나누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때론 둥글게 둥글게 손에 손을 잡고서 어울리는 문체도 좋지 않을까.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서술하는 글 마무리가 '시적'감상이 될지라도 틀린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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