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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5m, 수영을 했다.


수영을 다녀왔다.
천천히 속도 조절하면서 자세를 교정하고 호흡을 참아가며 돌고 돌고 돌다 보면 심장이 물속에서 쿵쿵 거린다. 고요한 물속에서 느껴지는 나만 아는 쿵쿵거림.

수영을 하고 집에 가면서 연근 한 봉을 사서 맛있게 만들어놨다.
연근에 색이 예뻐지려면 갈색 설탕과 뭉근하게 기다릴 수 있는 인내가 필요하다. 물이 졸아들 때까지 중불, 약불로 조절하며 기다려야 곱게 졸여진다. 급한 마음에 불을 강하게 하면 바닥에 금방 눌어붙는다.

수영도 비슷하다. 속도에만 집중하면 오래 버티질 못한다. 속도를 천천히 조절해야만 멈추지 않고 길게, 오래 레인을 돌 수 있다.

물속에서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아이를 혼낸 날은 상황을 되짚어보기도 한다. 오늘처럼 애들 먹일 것들을 고민하기도 한다. 하지만 물속에선 숨 쉬는 것만 집중하며 무념무상일 때가 더 많다.


학원 갔다가 잠시 집에 들러 저녁을 먹을 아이를 위해
접시에 막 만든 반찬을 조금씩 담아 식탁 위에 차려놨다.


아이가 집에 오니 반가운 마음에
" 서윤아 고생했어. 맛있는 반찬 해놨지!"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아이는" 배고파- "하고는 기분이 안 좋다며 표정이 굳는다.

맛있게 먹겠다 싶어 신나게 준비했더니 식탁에 앉자마자 표정이 안 좋아 혹시 고기가 없어서 그런가 하다가 다시 깨닫는다. 아, 이 아이 사춘기지.

파충류의 뇌, 뇌간과 포유류의 뇌인 변연계가 발달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전두엽 발달은 미숙한 그 시기.

' 아.. 이 아이 몇 분 뒤에 다시 기분 좋아질.. 파충류의 뇌를 가진.. 사춘기 소녀지.'

" 맛있다! 흐흐"
아이가 한 그릇 맛있게 다  먹고 과일을 먹으며 말한다.
한 손에는 휴대폰을 입가에는 미소를, 금방 기분이 돌아온다.


아이의 마음 따라 내 마음도 요동치니 나는 사춘기인가 갱년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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