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것만 보면 행복해지는 나이가 우리 집에 한 분 산다. 종이 뽑기 1등 나올 때까지 동전을 쓰던 나처럼 아이는 인형 뽑기에 온 열정을 불태운다.
재미있는 것에 목숨 거는 나이도 한 분 계신다.
(중학생 첫째 아이는 이 신발을 집에서 신고 다니는데 입 벌리면서 나에게 다가오는 악어를 볼 때마다 몹시 당황스럽다.)
좋아하는 아이돌이 곧 '신'인 시기에 두 분 다 합류하셨다. BTS가 세상에 전부고, RIIZE가 세상 제일 좋은 때. 그 시기를 내 아이들은 지나가고 있다. 말 그대로 언젠가는 결국 '지나갈 날들'을 온 힘 다해 지내가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포토카드며 앨범을 뒤적이면 나는 나의 테이프 카세트 가사가 적혀있던 조성모 오빠의 사진과 언타이틀 오빠들과.. 별은 내 가슴에... 안재욱 오빠를.. 에쵸티! 에쵸티!! 소리 지르던 때를 슬그머니 생각한다.
나도 나의 오빠님들이 있었지. 나도 귀여운 것만 보면 으아!!! 귀여워하던 시기가 있었지. 아이들을 보면서 나의 그때가 다시 떠오르고, 가만히 감정이입된다. 요즘 마는 마치 10대를 두 번 겪는 기분이다. 아이들 덕분에 운 좋게 그 시기를 한 번 더 경험할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신기하고도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