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아이도 나도 늘 잠으로 힘들었다. 아침 음악을 틀어놓기도 하고, 좋아하는 뽀로로 만화로 잠을 깨워보기도 했다. 신혼 때부터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까지 살던 집은 주공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3층 주택이었는데 위풍이 심하고 나무에 가려져서 해도 잘 안 들어왔었다.
늘 추웠던 것 같다. 아이들에게 극세사 내복을 입히면 땀띠가 올라오고 두꺼운 옷을 입히면 또 추워서 조끼를 덧입히거나 작은 담요를 무릎에 덮어주었다.
조금 더 넓은 집, 더 좋은 환경에서 보내지는 못한 어린 시절이었지만 아이들은 그 좁은 집에서 숨바꼭질도 하고, 타잔 놀이하던 때를 기억한다.
고개만 빼꼼 내밀면 내가 보이던, 공간이 좁아 가능했던 것들도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잘 보여 좋았던 기억이었나 보다. 안방에서는 아이들 침대를 우리 침대와 붙여서 함께 잤는데 아윤이는 그때가 제일 좋았다고 그리워한다.
빨래를 널면서 얼마나 한숨을 쉬었던가. 빨래 건조대까지 펴지면 더 좁아지는 거실에서 아이들은 늘 웃어주었고 그 웃음 덕분에 좁다는 느낌도 크게 못 받으면서 애들을 키워낸 것 같다.
사진 속 빨래들을 요리조리 피해 가며 재미있게 놀아준 고마운 아기.
괜찮아- 하면서 늘 정신없던 엄마를 이해하고 기다려주던 고마운 아가.
하루 종일 뭔가를 함께했던 시간들. 10년이 넘은 이 사진들을 보면서 곧 금방 다가올 10년 후를 생각한다. 즉, 하루하루 함께 얼굴 마주하는 모든 시간이 엄-청나게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