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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떼기 - 필사의 위력.

뭐든 엄마가 먼저야.


혹시 그대가 아이들에게 필사를 권유하고 싶은 엄마라면..

 

 

 

*책을 거부하는 아이에게 쓰라는 강요를 할 필요는 없다.

(엄마가 그냥 쓰고 붙이는 모습을 보여주면 이 자체가 내 아이에게는 놀이 같은 흥미로 다가오기 때문..)

 

*지금부터라도 어느 순간 조금씩 띄엄띄엄 글을 읽는 아이를 위해..

엄청 쉽고 글자 크고 두껍고 받침도 없는 책들을 몇 권 선정해 놓는다.

(나는 곰솔이, 서윤이가 좋아하던 아래 저 초록색 책, 우리 아기는 과학천재, 한솔 마이 퍼스트북)

 

*엄마가 먼저 책을 읽고 뭔가를 끄적이는 모습을 보이고..

그 모습에 흥미를 느끼는 아이라면

(아마 여자아이 일 거임... -> 캐릭터 예쁜 줄 칸을 내어준다.)

낙서를 해도 좋고.. 그림들 그려도 내버려두고...

그냥 그 전 과정을 조금 즐기는 순간이라고 생각하고 느긋하게 기다려준다..

 

* "엄마 나도 해볼래"

초고속 스피드로 칭찬해주고 격려해주고 엄지를 올려주고

생각해두던 책을 고민하는 척하면서 꺼내어 준다.

노트와 함께..

 

 

틀리게 써도 그림인지 글자인지 도통 구분이 안돼도

발을 들인 이 순간은 어떻게 보면 이미 이 아이에게 필사라는 개념이 재미있게 인식되어있는 경우일 거야. 그냥 재미있어 보이는 거지. 애들이 발만 들여주면 엄마는 얼씨구나 캐치해서 재미있게 끌어주면 돼. 천.천.히.

 

즉..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이 또한 노출)

아이를 세심하게 관찰해서 엄마의 개입이 필요한 순간을 캐치하고

아이가 재미있어하는 순간 빠져주면

이 필사( 책 따라 쓰기)는 아이에게 공부가 아닌 놀이가 될 수 있어.

이 필사( 책 따라 쓰기)는 아이에게 공부가 아닌 놀이가 될 수 있어.

 


 

서윤이에게는 내 모습 따라 하는 게 시작이었고..

엄마 따라 해보려다가 어려운 것 같아

낙서를 거치고 그림을 거치고, 찢고 오리고 사준 노트 한 장에 색종이로 덕지덕지 붙이는 창조의 시기를 옆길로 새서 한참을 돌고 돌아 비로소  조금씩 글자를 쓰고 재미를 느끼고

쓰고 싶은 책을 고르는 그 순간이 되었던 거였더라고.


 

 

 


"너 지금 왜 그림을 그리냐고

그림은 스케치북에 그리라고

낙서할라면 덮으라고

왜 그럼 굳이 500원 비싼 캐릭터 노트를 샀느냐고

골랐으면 딴짓하지 말고 단디 쓰라고

집중하라고

연필 똑바로 잡으라고

연필로 쓰라고

틀린 글자는 지우라고

마침표!! 쉼표!! 느낌표!! 안 쓸 거냐고!!"

 

만약... 이랬더라면

'학습'을 시키기 위한 엄마의 강압스러운 시간으로 공포스러웠을 거야.

발을 못들이지. 당연히.


 

 

아이가 노트를 펼치는 자체만으로도

아직 너무나도 부족한 어미 모습 따라 해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자체로도

충분히 칭찬해주고 격려해줘야 해.

 

엄마가 나를 이리 응원해 주는데 틀려도 괜찮은 거구나.

늦어도 괜찮은 거구나. 자신감을 품고 그렇게 애들이 커가는 중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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