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 날줄

블로그를 하고, 다양한 책을 읽으며 글을 접하고, 나의 생각을 또 글로서 정리해보고, 때론 공모전에도 내보고, 브런치 작가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공간에서 글을 다듬고 올려보면서 요새 나는 읽고- 느끼고 - 쓰는 과정에 정말 매료된 하루를 보내고 있어.



육아서 한 권이 심리학서, 철학서, 인문서, 고전, 예술, 문학 다양한 장르의 책으로 날 손 뻗게 했지만 다양한 정보와 배움을 얻은 것 이전에 가장 달라진 점은 실행력이야.


어떤 책을 읽으면서 내 실행력이 빛을 발휘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다이어리에 적고 하나씩 지워나가면서 뭔가를 이뤄내는 그 자체에 묘한 성취감을 느꼈던 것 같아. 썼으니 지우고 싶어 실행을 했나 봐.

역으로 가긴 갔지만 이렇게 실행하는 게 습관이 됐으니 그걸로 만족하려고.



그 기분이 좋았나 봐.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하루지만 그 속에서 나도 작은 뭔가를 하나 지울 수 있는 의미 있는 하루였다는 그 사실 자체가 날 자꾸 행동하게 만들었나 봐.

예전에 내 다이어리가 색색 볼펜으로 화려하게 꾸며놓았던 '액세서리' 였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다이어리는 그야말로 나에 대한 모든 것이 다 들어있는 내 하루의 '지침서'야. 이 하루들이 쌓여서 내 일 년이 완성될 것이라는 부푼 기대로 보내는 시간이니 어쩌면 내 인생의 지침서 일지도 모르겠고.


나는 다이어리에다 하루하루 해야 할 일들을 굴러다니는 볼펜으로 적어놔.

(설거지, 빨래, 반찬 만들기 따위는 절대 안 적어. 다이어리를 펴는 순간 나는 엄마의 비중보다 최지은의 비중이 두배는 더 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고민하고 적거든. )

꼭 마무리해야 되는 책이나, 시작한 책을 체크해두거나 대여할 책을 기록하기도 해.


책을 읽다가 글감이 될 부분이 있으면 따로 적어놓기도 하고 필사를 하기도 해.


그리고 꾸준히 하고 있는 공모전 마감일도 다 적어 놓고.

나의 갸륵한 노력을 높이 사서 어딘가에서 연락 오면 난... 당당하게 말할 거야.

"알아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나 혼자 작가인 하루를 잔잔하게 보내고 있다고나 할까.

3월에 운동도 시작하고 신촌이나 홍대 같은 북적이는 공간도 가보고 싶긴 했는데 그 이른 오전 시간에 뭔 의미인가 싶더라.

운동도 좋은데 일단 난 늘 시끄럽고 정신없던 하루에서 단 몇 시간이라도 제일 조용한 그곳 ( 도서관 )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것을 선택했어.

그리고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지 정리도 좀 하고..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면서 잘할 수 있다고 스스로 토닥여주면서 아주 지겹게 열정스럽게 하루를 보내고 있어.



그 전날 했던 내 계획이 고스란히 내 눈앞에 지워져 있고 (혹은 이루지 못하고) 다음날 내가 해야 할 것들을 또다시 고민하며 적어 내려 가는 애들 다 잠든 조용한 저녁 스탠드 불만 켜진 그 순간을 난 사랑해.

지금이야 지금.^^


우리는 같은 씨줄을 가진 '엄마'들이야.

내 하루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 것인가, 어떤 엄마가 될 것인가, 아이와 어떤 하루를 보낼 것인가, 어떤 표정의 엄마가 될 것인가, 또는 어떤 표정의 인간이 될 것인가, 어떤 본질의 어른이 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정해 개개인의 날줄을 엮어 나가면 되는 거 같아.

그게 육아 같아 난.


그래서 심심한 씨줄을 탓하지 않았으면 해.

무료한 씨줄이라고, 희생만 하는 씨줄이라고, 나만 구질한 씨줄이라고 탓하지 않았으면 해.

혹여나 씨줄이 그 모양 그 꼴이라면 남은 날줄로 단디 잘 엮으면 되는 거잖아.



널브러진 집안일 말고 내가 조금이라도 다른 마음가짐으로 할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찾아보길 바라.

괜히 기한을 정해놓고 결재라도 받아야 되는 사람처럼 책임감으로 시작했던 다이어리처럼, 버려야 될 습관들을 하나하나 적어놓고 통쾌하게 줄 그었던 것처럼, 굳이 쓰지 않아도 되지만 읽고 싶은 책과 대여하고 싶은 책과 사고 싶은 책을 괜히 끄적이면서 대학생 흉내 내는 것도, 좋은 글귀 한 줄 두줄 써보는 것도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분명 하루에 작은 활력이 될 거라 믿어.


모르면 작게라도 먼저 실행해서 효과 본 사람 (나)을 무작정 따라 해 보는 것이 가장 현명한 거야.

실행하는 거.

아.. 그렇구나 말고 바로 아무 종이나 펼쳐 계획을 써보는 실행. 그게 시작이야.



그 작은 활력으로 난 몇 배 더 큰 에너지를 얻었고, 육아를 조금 더 웃으면서 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음을 얻었거든.

늘 그렇지만 좋은 건 함께.


'엄마'이기도 하지만 인생을 만들어나가는 '나' 이기도 하다는 걸 잊지 말자 우리.




그 간극을 한번 마음껏 확인해봐.

나도 몰랐던 나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할지 누가 알아?


당연히 각자 자리에서 날줄 엮느라 고생한 우리지만, 내일은 더 멋진 날줄로 단디 엮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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