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은 미덕이다.
하지만 나를 너무 작게 생각하고 스스로 부족한 부분만을 기어이 짚어내 조목조목 따지고 보는 것은 나를 초라하게 만들기도 한다.
나는 공부에선 1등을 해본 적이 없다.
무조건 1등을 하던 것은.. 쉬는 시간 정문 밖으로 달려나가 깻잎 떡볶이를 사수하는 것과
매점 못난이 만두 봉지를 가장 먼저 쟁취하는 것.. 이었다. 급식실로 뛰어가는 것도 엄청 잘했다.
고3 마지막 운동회 응원단장으로 1등을 거머쥐기도 했다. 난..'이런 것만!' 1등을 했다고 생각했다.
공부로는 1등을 못했지만 이 적극성은 공부와 비교했을 때 초라하게 취급받아야 할 것인가.
어릴 때 난 그렇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내향, 외향형이 교묘하게 섞인 사람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날 차분하고 조용하게 기억하고 누군가는 엄청 활발한 애로 기억한다.
엄마는 괜히 어리숙하게 행동할 것 같은 내가 못 미더웠겠지만 사실 난 학교에서 꽤나 적극적인 성향의 아이였으며 특히 고등학생 때 이 외향성이 정점을 찍어 임원을 휩쓸고, 동아리까지 창단했다.
나는 이 두서없는 발랄함과 불도저 같은 실행력이 때론 자랑스러웠고 때론 부끄럽기도 했던 것 같다.
고3 다 임원을 기피할 때 나는 신나서 임원을 했는데 뭐 고3이 이리 열심히냐고 말하는 선생님도 계셨다.
축제 무대에서는 양파 노래를 불렀는데 공부할 시간 부족하지 않냐고 물어보는 애들도 있었다. 응원도구 제작에 누구보다 열심히였는데 함께해 주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굳이.... 하는 반응도 있었다.
동아리 창단하고 졸업하겠다고 교장실을 찾아갔을 때 역시 그랬다.
다들 공부할 때 넌 왜 다른 데 더 열심히니!
라는 말을 들을 때면 내 행동은 멋지기보다 특이함에 가까운 것일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그 당시 중요한 것들이 눈앞에 보이고 느껴지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는걸..
( 아마 공부만 죽어라 했다면 더 좋은 대학에 갔을 수도 있었겠.. 지만.. 난 후회하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스로 내가 잘한 것보다 이상하고 특이하고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고립되어 있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요리를 잘해도 블로그나 인스타, 유튜버의 장난 없는 칼 솜씨와 요리 실력에 주눅 들어버리면 결국 난 부족한 사람이 된다.
매일 5km 열심히 뛰어도 하프 마라톤, 풀 마라톤 뛰는 사람과 비교하면 내 러닝은 완전 올챙이 뜀박질정도로만 느껴진다.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데 주변을 보니 이미 수천 권을 읽은 독서가고 저서가 수십 권인 작가님이 천지라고 생각한다면..그렇다면 나의 노력은 가치가 없는 일인가.
아니다.
나 역시 처음에는 내가 잘하고 노력하는 일도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과 결국 비교하며
스스로 깎아 내리고 채찍질했다.
' 이런 거 어디 가서 명함도 못 내밀어.. 뭘 이런 걸 가지고.. 더 노력해라..'
1등을 목표로 잡으면, 1등이 아닌 이상 난 초라해진다.
내가 즐겁게 노력하고 있는 자체를 스스로 칭찬해 주고 내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뽐내기도 하고, 비교보다는 자신감을 장착하고 나아가는 것이 훨씬 남는 장사다.
결혼초반.
난.. 요리는 못해서...라고 생각하니 공들여 만든 요리들이 다 맛없게 느껴지고 볼품없이 느껴졌다. 가족이 맛있게 먹지 않고 다 남기면 내가 요리를 못해서 그런가 자격지심에 쉽게 빠졌다.
결혼 후 숙명처럼 받아들이게 된 '밥과의 전쟁' 에서부터 난 마음가짐을 다르게 먹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걸 계기로 육아도, 재취업도, 글도 책읽기도, 사업구상도..강의도...하나하나
나아갔다.
" 잘한다! 최지은!"
이 마음으로.
다른 부분에서도 스스로 칭찬하고 잘한다고 우쭈쭈 해주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러면 신기하게 자신이 더 붙고 어깨도 펴진다. 조금 부족해도 스스로 노력하는 과정 자체를 응원해야 한다. 그래야 넘어져도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걷는다.
역시 부족해..라는 마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결국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나.
내가 나를 아껴주고 응원해주는 것이 그 마음을 다스리는 첫 단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