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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가 아닌 동사의 삶으로

[7. 명사가 아닌 동사의 삶으로]



글쓰기는 말 그대로 실행을 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이다. 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절대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화면에서 깜빡이고 있는 커서를 묵묵히 견뎌내고, 공들여 쓴 글자들을 다시 지워 없애며 체념하는.  잘 써지는 날도, 못 써지는 날도, 고민이 되는 날도, 잘 쓴 줄 알았는데 꽝인 날도 결국 부유하는 생각을 하나하나 애써 잡아 글자로 완성해야 문장이, 문단이, 글이 완성되는 것이다.



책을 읽고 실행하지 않는다면 올바른 독서가 아니라 했다. 나는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하고 행하지 않는 사람들을 일단 뭐라도 쓰는 '동사'의 삶으로 이끌고 싶다. 대단하고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나의 삶을 쓰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나만이 아는 나의 시간들.



나의 습관, 나의 하루,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싫어하는 것, 나의 과거 나의 현재, 내가 바라는 미래, 나의 가족, 나의 일터, 나의 공부, 내 방, 내가 슬픈 날, 내가 기쁜 날, 내가 소주 한 병을 마신 날, 두 병을 마신 날... 세 병.. 네 병... 너무 마셨나.



이 모든 소재가 나의 삶이고,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일상들이다. 특별한 일상이 아닌, 나의 모든 이야기 즉 지루하고 매일 반복돼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들이 글쓰기의 소재이자 나만의 글을 완성시키는 가장 좋은 교본인 셈이다.

 

스피치 강의를 하면서  나의 시간들을 엮어 [말거울]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자기 계발서 같지만 사실 에세이에 가까운 책이라고 생각한다. 수강생분들이 책을 가져와 사인을 부탁하기도 하고, 운 좋게 저자 강연회에서도 책에 대해 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엄마이자, 강사이자 이 바쁜 와중에 어떻게 책을 집필했는지 궁금하다는 분, 글을 완성하는 비결을 물어보는 분, 어느 정도 시간을 투자해 글을 쓰고 일을 하는지 궁금해하시는 분... 다양한 물음표를 나에게 던졌다.

질문에 대답하며 나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내가 글을 쓴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머리에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고이 모아두고 싶었고, 이 소중한 나의 업무일지를 정성스럽게 기록하고 싶었다.

글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나처럼 일단 시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쓸 수 있다. 글을 잘 쓰고 못쓰고를 떠나 누가 먼저 활자를 완성하는가 누가 포기하지 않고 문단을 완성하느냐가 '글쓰기'의 핵심이다.

즉, 동사의 삶으로 나를 내던지면 되는 것이다. 글쓰기뿐이겠는가. 이름과 생각뿐인 단조로운 명사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행함'이 함께해야 한다는 것, 움직여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린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운동을 하고 싶다면 머무는 것이 아니라 몸을 움직여해야 한다.

책을 읽고 싶다면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읽어야 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일단 써야 한다. 멈춰있는 '명사'가 움직이는 '동사'가 될 수 있으려면 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써 놓은 글들이 많은데, 쓸 수 있는 글이 많은데 어떻게 하면 내 글을 나눌 수 있을까 고민한다. 출판사를 만들어버려? 생각했다.

예비 출판사라는 명사가 동사가 되기 위해서는 나 역시 뭔가 움직여야 한다. 출판사 이름을 정하고, 사업자등록을 하고, 글들을 엮고 엮여나갈 글들을 써 내려가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그렇게 움직이다 보면 나와 맞는 길인지, 그렇지 않은 길인지 차차 알게 되겠지.



일단 쓰자. 일단 하자.

우리의 움직임으로 멈춰있는 그 명사에 생명을 부여하자. 글쓰기도 그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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