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원정대와 불타는 신문지

악취를 태우던 불꽃

by 지온

1980년대, 우리 삼 남매에게는
밤마다 치러야 할 엄숙한 의식이 있었다.
바로 공동 푸세식 화장실로 향하는 ‘화장실 원정’이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입을 벌리고 있는 그곳은
어린아이에게 너무 거대한 공포였다.


여름이면 구더기가 들끓었고,
발밑 깊은 곳에서는 시커먼 악취가 올라왔다.


발을 헛디디면 끝장이라는 생각에 온몸이 저렸다.


막내였던 내가 신호를 보내면,
언니와 오빠가 자동으로 보디가드가 되어 따라나섰다.


필수품은 묵직한 은색 후레시와
김밥처럼 돌돌 만 신문지, 그리고 라이터였다.


“계속 말 걸어라. 무섭단 말이야.”
“알았어. 빨리 싸기나 해.”


안에서 볼일을 보는 동안,
문밖을 지키는 둘은
지루함과 코를 찌르는 냄새를 견뎌야 했다.


그래서 고안해 낸 놀이가 바로
‘불장난’이었다.


신문지 끝에 라이터 불을 붙이면,
화르륵—.


순식간에 붉은 불꽃이 타오르며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연기 냄새가 거짓말처럼 똥 냄새를 덮었다.


어둠 속에서 타들어 가는 신문지 불꽃을
멍하니 바라보며 우리는 낄낄거렸다.


위험한 불장난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서로가 있어 무섭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공포를 태워주며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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