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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S강사 허지영 Nov 07. 2021

호남식당 알바생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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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역 4번 출구 신용보증기금 뒷편 공덕시장 순대국을 파는 식당이 있다.

사장님은 항상 밖에서 나오셔서 순님을 기다리시기도 하고.

어느날은 큰사장님이(나이가 88세가 넘으신) 나와서 앉아 계시기도 한다.


여긴 우리 시아버지 식당이다.

큰사장님은 우리 아버님이고 작은 사장님은 우리 아주버니이다.

이번년도에는 우리 신랑이 일요일마다 식당에가서 서빙을 했는데 신랑이 식당에 나가서 서빙을 한 

횟수만큼 아들의 수학성적이 떨어져서 이번주부터는 신랑이 식당알바를 그만두고 집에서 아들의 수학을 가르치기로 했다.


우리시댁은 3형제,우리 신랑은 막내이다.

아버님이 언제부터 식당을 운영하신지는 잘 모르겠다.내가 결혼한지 15년이 넘었는니 15년은 훌쩍넘었을꺼라 짐작만한다.

아버님은 새벽1시부터 매일 사골국을 우리러 식당에 나가셨다.결혼하고 매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그렇게 해오셨으니 아마 그전부터 매일을 그렇게 살아오셨을것이다.


다만,작년부터는 건강이 좀 안좋아지시면서 병원에 입원하시기를 반복하셨다.생애처음으로 쉬어 보시기도 하셨고,퇴원한 뒤에도 아버님은 식당에 나가시는데 힘든일은 안하시고 가끔 심심해서 나가는정도로만 왔다갔다 하시는거 같다.


삼형제중 아주버니 두분은 호남식당에서 일을 하신다.

새벽에 사골국물을 끓여야해서 큰아주버니가 밤에 나와 사골국물을 우리고 작은아주버니가 낮에 아줌마들과 함께 일을하신다.

큰식당이 아니라 손님들이 다가신 밤에야 사골국물을 끓일 수가 있어 매일 밤을 새며 아주버니가 또는 아버님이 나오셔서 순대국육수를 끓일 수가 있다.

덕분에 식당에는 낮이고 밤이고 손님이 가득차있다.

그때문에 식당은 늘 바쁘고 일요일에 서빙아주머니를 못구해 동동거리다가 신랑이 일요일마다 나가서 서빙을 보았다.


이토록 아버지를 좋아할 있을까 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아들들이 식당에서 일하는 이유는 

"아버지를 조금더 있게 하고 싶어서,아버지가 일궈놓으신 식당을 멈추게 하고 싶지 않아서"라고 하신다.


어느누가 부모를 위해 이렇게 일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초등학교만 나온 아버님의 아들들은 각기 서울대, 한의대를 졸업했다.아버님은 서울대 벨트를 늘 차고 다니시는데 그건 우리 아버님에게 있어 가장 큰 자랑 거리이자 자부심이다.

아주버니는 대기업임원으로,회계사로 일하시다가 억대 연봉스카웃이 지금도 들어오지만 친구들에게 "너희 내가 호남식당에서 돈 얼마나 많이 버는줄 아니?"라고 웃으며 거절하신다.경제적 자유도 얻으신 까닭에 아버님이 사주시는 귤 한봉지 받는게 다이다.

우리신랑은 중고등학교때 엄청 방황하다가 군대 졸업후 한의대를 들어갔다.나중에 정신차리고 공부하게 된 계기도 형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내가 우스갯소리로 호남식당 서빙들의 학벌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훌륭하겠다.라며 깔깔 웃은적이 있다.


신랑 중고등학교때 아버님과어머님은 아주버니 등록금을 벌어야해서 신랑은 고모집에 맡기고 일을 하러 나가셨었다.사춘기 시절 방황했고 가출도 하고 제법 크게 방황을 했던 모양이다.

어느부모가 아들이 가출하고 나쁜친구들과 어울려서 집에 돌아오면 (마음같아)때리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소리도 지르고 혼도 내었을텐데..

아버님은 그저 쉬어라..라고만 했다고 한다.


결혼하고 나서는 어머님에게 신랑을 반품해달라고 신랑 욕이라고 하려고 할때면 어머님은 "가가 엄청 착한아이야 정수는 원래 착해..."이말을 달고 사셨다.그말을 들으나는 다시 입을 다물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15년동안 매일 듣는말 정수는 착해.나도 모르게 세뇌었는지 정말 세상에 우리신랑처럼 착한사람은 없는거 같이 되어버렸다.



결혼하고 신기했던게 있었는데 한씨가족(어머님포함)모두 누워있다는 것이었다.친정은 늘 에너지가 넘쳤다.아빠는 목소리도 컷고 부지런하셨고 우리가족은 잘때는 빼고는 누워있는걸 본적이 없다.그런데 결혼을 해보니 신랑은 계속 누워있었다. 시댁에가도 아버님도 어머님도 아주버님도 잠깐잠깐들려서 계속 누워계셨다.아마..밤새고단한 식당일 힘들어 집에서 쉬는것이 정말 중요한 일상이지 않았을꺼라는 짐작해본다.


하루하루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오신 아버님 뒤에 그존경하는 모습을 아들들이닮고 싶어 식당에 머문다.

나도 우리아버님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아버님이 더 오래오래 건강하게 우리 곁에 함께 하면 좋겠다.


아.이번에 우리아버님은 증손주를 보셨는데,덕분에 나는 작은 할머니가 되었다.

건강하신것도 식당에 나가시는것도 아버님 삶자체가 그저 감사하다.



나중에 나도 우리 아이들이 엄마아빠가 좋아서 매일 찾아와 

한두시간 누워있다 가는 모습이이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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