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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S강사 허지영 Nov 04. 2021

7년동안 숨긴 집안의 비밀

중1이 된 아들녀석

초등학교6학년때까지는 엄마가 사준옷을 잘만입었다.

옷에는 관심이 워낙없었고 아무거나 입어도 태가 잘잘나는 아들이었기에 폴로옷을 직구로 세일에 또 세일 할때 한꺼번에 사서 막 입혔었다.

그래서 9살땐가는 11살사이즈를 사서 2년을 묶혀서 입힌 옷도 있었다.


어제 밤에는 신랑과 아들녀석에게 7년동안 묶힌 잠바의 비밀을 알려주었다.

우리집은 남매로 첫째가 아들 둘째가 딸이다.

그래서 옷도 물려입힐 수 없이 다따로 따로 사야했는데 가장 큰문제는 잠바를 물려입힐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어느날(7년전?) 현대백화점에서 닥스 잠바가 세일을 했는데 그때 나의 소름끼치는 계획이 머리속에 번뜩

떠올랐다.

"여아 잠바중 최대한 중성적인 것을 골라 큰아이에게 입히고 그다음에 딸아이에게 입히자"

지금생각해도 그때의 나를 칭찬한다.

그렇게 나의 비밀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베이지색에 고급스러운 털이 달린 허리 라벨이 안들어간 잠바를 골라 큰아이 초등학교 2학년때였나.

입혀주면서 어쩜 이토록 멋진 잠바라니 우준이에게 딱 맞네..너무 멋있네..아이에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아이는 좋아라 잠바를 줄기차게 잘입고 다녔다.

그리고 큰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작은아이가 초등학교2학년때 베이지색 잠바를 작은아이에게 물려주었다.

잠바는 여아용이었으니 당연히 딸아이눈에는 맘에 들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큰아이가 고학년이어서 좀더 철저히 잠바를 골라야했다.

여아잠바가 대부분 라인이 들어가있는데 라인이 들어가 있어도 거의 보이지 않게 색깔은 밝지 않은 모자뒤에 털도 아주 고급스럽게..인터넷을 뒤지고 뒤져서 닥스잠바를 찾아냈다.

사실 가격이 조금 있었지만 큰아이 3년 작은 아이 3년을 입히고 또 조카들에게 보낼생각을 하니 사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구매전 큰아이에게 이잠바는 엄청 비싸지만 널 위해 엄마가 이거 하나 못해주겠냐..부터 색깔봐라 엄청 고급스럽지 않냐..여기 털이 진짜 여우털이란다...라는 여러가지 문구로 아이를 설레게 만들었다.


잠바가 도착하자마자 딸아이는 여아잠바라도 눈치챈듯 오빠잠바를 입고 싶어 오빠몰래 몇번을 입고 벗기를 반복했다.

초등학교 2학년때 오빠잠바를 몰래 입고 나간날


중1이 된 아들녀석은 올초까지 이잠바를 잘 입고 올해 가을에야 동생에게 물려줬다.


이제부터 문제는 중학교 1학년 형아는 닥스나 폴로 잠바를 더이상 입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건 "잼민이"-초등학생을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들이 입는거라고 친구들이 입는 잠바는 따로 있다고 하는데 나는 도저히 눈씻고 다녀도 중학생들이 입는 잠바를 어디서 사는지 알수가 없었다.


10월에 갑자기 날씨가 추워진적이 있었다.

신랑이 딸아이를 데려다 주고 집에 오더니 급한 목소리로

"여보 모자달리고 검은색에 약간 양모같은 질감의 잠바를 빨리 사야해..

밖에 나가봐 우리 아들만 잠바를 안입고 중학생들은 다 그런 잠바를 입고 있어"라고 외쳤다.

평소 옷차림에 전혀 무감각한 우리신랑인데 우리신랑눈에도 중학생들이 입는 잠바를 우리 아들만 안입고

다녔다니..이게 대체 어찌된일인지 놀라 인터넷으로 중학생잠바 중학생남자잠바 뭐 이렇게 서치해봤지만

그들만의 세계라 접근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러고 하교하는 아이들을 보니 다들 교복마이는 입지않고 모자달린 두툽한 검은색 잠바를 입고 있었다.


하교한 아들을 불러 중학생이 입는 잠바가 뭔지 알려달라.우리 아들만 잠바를 안입는 모습은 볼수 없다.왜사달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냐..라고 물었다.

아들은..기다려 보라며 친구들에게 물어본다고 했다.


몇주가 지나도 소식이 없자 물어보니 이번에는 친구들과 잠바를 사러 일요일에 만나기로 했다고 한다.

그놈의 잠바가 뭔지 제발좀 꼭 사라고 체크카드를 지어서 보냈더니 사라는 잠바는 안사고 돈까스만 먹고 들어왔다.날씨는 추워지는데.. 중학생들이 입는 잠바는 뭔지 알수없고 마음이 다급해져가는데 아들이 이잠바라며 사진을 보여줬다.

누구도 샀고 쟤도 샀고 이 브랜드의 잠바를 사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게 말로만 듣던 중학생 잠바구나..그래..3년겨울 우리 따뜻하게 입어보자..하며 잠바를 주문했고 잠바는 다음날 우리집에 도착했다.

거울을 1도 안보던 아들은 잠바를 입어보고 거울속에 셀카를 이리저리 찍기 시작했고 엄마랑 눈이 마주치면

잠바를 벗고 공부하는 척을 했다.


새로운 잠바를 산 그날 어제 저녁식사자리에서 그동안 입었던 닥스잠바는 여아용이었다는 비밀을 아들에게 해주었다.

나의 소름끼치는 철저한 계획덕분에..잠바하나로 남매가 따뜻한 겨울을 보낼수 있었다.

아들의 중학생 잠바는 딸이 중학생이 되면 입을수 있을까?ㅎㅎ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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