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대 초반
몇달의 용돈을 모아 동대문 시장에서 페레가모 구두 한 켤레를 샀다.
백화점에서 사면 막연히 비쌀꺼 같다는 생각에 몇만원 더 아끼려고 동대문 명품을 파는곳을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30만원넘는 현금으로 페레가모 구두를 샀다.
나도 드디어 "바라"를 신게 되었다니(바라-페레가모 구두의 종류이름)
대학교의 어떤 선배가
성악과의 조교언니가
압구정에서 만나던 어떤 친구가
나의친한 친구가 신던 페레가모 신발이부러워 그들을 만날때마다 힐끗힐끗 쳐다만 보던 신발이었다.
(그때는 왜그랬는지)그 구두 하나만 신으면 사람이 그렇게 고급스러워 보일수가 없었다.
뭔가 강남에 사는 그런 사람들의 증표같기도 했다.
(지금강남도 강남이지만 그당시에도 강남에 산다는건 다른 세상에 사는 거 같았다.)
나도 그신발을 신으면 사람들이 날 그렇게 봐줄까..
음대생이니 이런 신발은 신어야지...뭐 이런 생각으로 나는 페레가모 구두를 게시했다.
어?발가락이 이상하게 안들어가네.좋은 신발이라서 그런가..
발가락이 길었던 나는 저 짧은 앞모양의 신발이 맞지 않은지도 모르고
그저 비싼 신발을 신었다는 생각에
발꼬락울 꾹꾹 눌러 매일 한시간 반이나 되는 서울거리를 왔다갔다 했다.
한달뒤 나의 발은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처럼 발가락에 굳은 살이 베었고
발뒷꿈치는 다까졌다.
나는 왜 그토록 미련하게 페레가모 구두를 신고 다녔을까...
2만원짜리 운동화한켤레 신고다녔으면 세상 편하게 다녔을텐데..
하지만 그후로도 페레가무 구두에 대한 집착은 끝나지 않았다.
20대 중반 렛슨으로 스스로 용돈벌이를 할때쯤
나는 페레가모구두를 장만했다.이번에는 앞은 좀 넉넉한 하지만 굽이 제법있는 구두를 장만했다.
굽이 제법있는 구두는 나의 몸무게를 ㅠㅠ 받쳐주지 못했을까...
일주일에 한번 뒷굽을 갈아야했다.뒷굽이 갈아갈때 쯤에서는 어디서든 또각또각 소리가 났다.
신혼여행을 가면서 신랑에게 페레가모구두를 사달라고 했다.
이번에는 절대 굽을 갈지 않아도 될 앞에도 널찍한 통굽의 페레가무 구두를 장만했다.
페레가모 구두가 사이즈가 유럽사이즈라 사이즈가 딱 맞지 않아 반치수 작은 걸 선택한 결과로 그신발을 지금도 작아서 들어가지 않는다.
15년이 지난지금 이구두를 딱 두번신고 차에 모셔다 두고 있다.
언젠가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기면 이구두를 신을 껄 대비해서 말이다.
아이들를 키우면서 페레가무 구두는 더이상 신을 일이 없었다.
구두를 신을 만큼 정장을 차려입을 일이 없었고
높은굽을 신을 자신이 없었다.
아..큰아이가 유치원때 다닐때 우리동네에서 페레가무 젤리슈즈가 유행을 했었다.
굽도 낮았고 아이들 등하원하러 다닐때 편했기때문에 장만해서 신었지만
아이를 잡으러 이리뛰고 저리뛰어다니는 나에게 고무신발의 뒷끝은 계속 끊어져 어마어마한 수선비만
들였지만 결국 계속 끊어져 버려야했다.
고무를 바느질로 연결해서 보내줬었다.아...
물건들을 버리고 있다.
거실에 있던 큰아이의 컴퓨터가 와이파이문제로 방으로 들어가면서 거실을 정리하고 부엌의 물건들을
쓸것만 놔두고 버렸다.
책도 버리고 아이들이 언제 입을지도 모른다면서 가지고 있었던 옷도
크레파스도..스케치북도
언젠가 또 무대에 설지도 모를 나를 위해 가지고 있었던 소프라노 아리아책도..
이번년도에는 한번도 안입었지만 내년에 언젠가 한번쯤 입을 원피스도
버리고 또 버렸다.
아직 더 버려야 할 물건 들이 많지만
그렇게 버리고 나니 나를 마주 할 수 있었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았을까?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나를 사랑하는 타인을 존중할수가 없는거죠.."
유튜브에서 들었던 이한마디가 하루를 곱씹어 생각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몇일전 강의가 끝나고 지나가는 길에 엄마집에 들렀다.
엄마는 내가 사준 페레가모 구두가 커서 못신는다며 (세상에 엄마에게도 나는 페레가모 구두를
사주었구나)강의 갈때 신으라며 몇번안신을 구두를 나에게 주었다.
페레가모 구두와 함게 했던 세월을 싹다 잃어버린 나는
오늘 강의에 예쁜원피스를 입고 엄마가 주신 페레가모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섰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도 않았고
차를 몰고 강의시간동안 서있기만 했던 나의발꿈치는 살갗이 다 떨어져 나갔다.
42살의 나
이제 더이상 페레가모 구두를 신지 않기로 다짐한다.(언제 까먹을지는 모른다.언젠가 여행을 가게되면 또
한켤레 살지도 모른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내모습보다는 진짜 나에게 집중하려한다.
지금 여기 나 here and now
나의 삶을 우아하게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려 한다.
다른사람에게 잘하기보다 나에게 친절하고 나에게 너그럽게
나를 칭찬하려 한다.
우리가족들에게도 가족이기때문에 하기 쉬운 지적을 멈추고
애썼다 고생했다.
함께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더 많이 하려한다.
세상 모든 인간에게는 고유함이 있다.
각자의 고유함을 인정해줄 때 존재감이 형성된다.
내가 존즘받으며 성장할 때 타인도 나를 존중하는 법이다.
"너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야"
"네가 있어 별이 뜨고 보물도 생기는 거야"
사랑 별 보물 기쁨 등으로 불리니
아이들 자존감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엄친아 대신 "나의 사랑
나의 별
나의 보물 나의 기쁨"이라고 부르면
이말을 듣고 자란 아이들이 얼마나 기쁠까..
"비교는 인생의 기쁨을 훔쳐가는것"
더나아지기 위해 내가 비교해야 할 대상은
남이 아니라 어제의 나다.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깐요.-밀라논나이야기 -장명숙지음
나를 귀하게 나를 아름답게 우아한 척이 아닌
정말 우아한 내가 되는 내삶을 축복하고 힘모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