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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봄

임보하던 고양이 보내주기

by 정병진



딸아이가 대성통곡했다. 말 그대로 목 놓아 울었다. 그간 임시보호해온 고양이 '봄'의 입양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전한 뒤 반응이다. 입양일이 지난주 토요일로 확정됐을 때 일이다. 그 사이에 입양자와 약속이 연기됐다. 사실상 이번 주 고양이 봄을 떠나보낸다.

지난 주 화요일 딸과 아들을 오후에 급히 하교•하원시켰다. 거실에 모여 긴급 가족회의를 시작했다. 첫 안건은 온가족이 출연하는 모 방송 섭외 건이었다. "부끄럽다"는 딸아이 의견을 전격 수용해 방송 출연은 안 하기로 결정했다.

제 2안건은 문제의 '봄 입양' 건. "입양자가 나타났다"고 말하는 순간, 이별을 직감한 딸래미가 눈물둑을 깨부수고 정신없이 울어댔다. "입양자는 결이도 아는 커피숍 사장님 언니야. 좋은 분이셔" 아내가 말했다. 하지만 "싫어! 안 돼! 내 귀요미야! 우아아앙" 딸래미는 인생 8년 통틀어 태어날 때 빼면 오늘 제일 열심히 울었다.

그 모습이 애틋하고 웃기다가도 아내와 나를 눈물짓게 만들었다. 사실 아내도 입양 확정 전화를 받자마자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하며 울먹였다. 여태 준비 다 해놓고선..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는 이야기겠지. 여튼 조만간 다 같이 가족사진을 찍기로 했다.

딸은 그날 자신이 만들어온 쿠키를 맛있게 먹으며 언제 울었냐는 듯 좋아한다. 모처럼 식탐 부리지 않고 슬퍼하는 누나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준 아들도 쩝쩝대며 눈웃음 짓는다. 울부짓는 딸아이 보며 덩달아 흥분했던 봄도 안정을 찾았다.

비록 봄처럼 짧은 만남이었지만 봄이는 우리 가족이 평생 공유할 추억을 선물했다. 나도 동물이나 동물권, 입양, 유기 문제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 비록 동물과 함께 사는 게 힘든 나지만, 생명은 종을 떠나 귀하다는 이치를 배운다.

그동안 덕분에 행복했어. 자주 보자. 아프지 말구. 죽을 고비 여럿 넘긴 강인한 고양이. 애교 많은 개냥이. 안녕,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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