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뒤늦게 도독 소식을 접한 사람들과 점심•저녁 약속을 매일 함께 했다. 출국 당일까지 짐을 싸고 버릴 건 버리면서 정신 없이 독일에 넘어온지 일주일이 넘었다. 시차에 적응했고 피로가 풀렸다. 보다폰에서 인터넷을 개통하니 한국과의 커뮤니케이션 길이 뚫렸다. 밀린 업무를 처리했고 급한 불을 진화했다.
적응은 곧 생활의 문제다. 기본적인 생활이 되느냐 마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돈 문제부터 보면, 일단 N26 계좌를 터 송금 문제를 해결했다.
N26은 카카오뱅크처럼 온라인은행인데 이체 수수료가 없다. 한국에서 독일 집 보증금(Kaution)과 월세(Miete)를 미리 송금할 수 있었다.
지난 화요일 전입신고(Anmeldung)를 마쳤다. 안멜둥 받기가 독일 이사의 첫 관문이라고들 한다. 현지 한인회를 활용하고 온라인 홈페이지 공고 등을 숙지해 원만하게 일을 처리했다.
아침 일찍 가서 줄을 서지 않으면 하루종일 대기해야 할 정도로 전입•전출 신고자가 넘쳤다.
휴대전화는 '알디톡(Alditalk)'을 개통했다. 아내와 나 모두 열었다. 이게 충전식(Guthaben)이다. 종량제다. 일정량 데이터를 소진하면 중저가 마트인 알디에 가서 추가 데이터를 구매해야 한다. 5유로 15유로 30유로 이런 식이다. 맨 처음 개통할 때는 반드시 스타터 세트(Start Set)를 점원에게 달라고 해야 한다. 그걸 개통한 뒤에 우리네 옛날 '비기' 이런 브랜드 '알' 충전하듯 쓰면 된다.
물가는 서울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싸다. 우유 500ml에 400~500원 하는 수준. 식료품은 싼 편이고 레스토랑은 서울 시세 정도 된다. 음식 양이 풍성해서 싸게 느껴지는 감도 있다. 반면, 노점에서 파는 과일이나 소시지 등은 비싸다. 대부분 터키인들이 노점 상권을 틀어쥐고 있는데, 뉘른베르크 일대 총괄 한인회 회장 사모님도 과일을 엄청 비싸게 사는 '눈탱이'를 맞은 적이 있다고 고백할 정도다.
최근 우리가 사는 뉘른베르크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시작됐다. 11월 마지막주 금요일부터 성탄절 이브까지 도시 전체가 크리스마스 장터로 변신한다. 400여개 이상의 상점에서 수공예품과 오너먼트, 장난감, 음식을 판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원도 개장한다. 2단 회전목마의 풍성한 조명을 보고 있노라면 동화 속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처음 독일 간다 할 때는 걱정반 기대반이었던 딸아이도 "독일은 천국이야!!"라며 좋아한다. 전에 없던 자기 방과 공주풍 침대가 생기고 하늘이 예뻐서 하는 말 같다.
아이에게 한국과 독일이 어떻게 다른지, 앞으로 독일 학교에서 어떤 생활을 하게 될지 틈날 때마다 말해준다. 아이도 우리의 마음을 잘 헤아려 따라준다.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으로 가는 ICE 안에서 잠시 적는다. 이제, 본격적으로 글을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