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들 Ep.11 여행의명수 대표 김명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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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갑한 팬데믹 탈출구로 여행을 빼놓기 힘들다. 단체 여행이 요원해진 시대, 여행객들은 인파를 피해 산으로 바다로 떠난다. 나를 자연에 포근히 맡긴 채 그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여행은 그 자체로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아웃도어 활동을 업으로 삼는 사람은 오죽할까. 아버지와의 애틋한 추억을 등대 삼아 팬데믹 속에도 꿋꿋이 지속가능한 아웃도어 활동을 전파하는 김명수 님을 만나봤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반가워요! 아웃도어 전문여행사를 운영하는 김명수라고 합니다. 카약, 백패킹, 클라이밍, 서핑, 다이빙, 스키, 스노보드 등을 즐기면서 동시에 자연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여행 상품들을 소개합니다.
팬데믹 이후에 자연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어요. 팬데믹 이전과 비교했을 때 명수님 일도, 사람들의 여행 패턴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어때요?
코로나19 때문에 상당히 어려워진 대표적 케이스 중 하나일 거에요, 제가. (웃음) 일단 여행객 숫자가 줄었죠.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에요. 모르는 사람들과 뒤섞여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점 자체에 거부감이 생겨버렸어요. 팬데믹 이후 가장 큰 변화이자, 비즈니스 차원에서 극복해야 할 큰 난관입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소규모로 가족이나 지인하고만 여행을 떠나요. ‘5인 이상 집합 금지’ 같은 규제가 있다 보니 사람 없는 오지로 떠나는 여행객이 부쩍 늘었습니다. 차가 다닐 수 있으면서 경치 좋은 곳이 주된 목적지에요. 그렇다 보니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이 숨은 보석처럼 떠오르기도 해요.
예를 들면 어떤 곳이 있을까요?
음.. 경상북도 군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 ‘리틀 포레스트’ 촬영지죠. 이곳에 바람개비 언덕이 특징인 캠핑장이 있는데, 요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죠. 울릉도 또한 인기가 늘었어요. 여행 좋아하시는 분들이 제주보다 울릉도를 많이 찾더라고요. 오염되지 않은 천혜의 환경이 특장점이죠. 마을에 가면 소소하고 다양한 매력이 인상적이에요.
이밖에 한 곳에 오래 머물며 그곳의 매력을 깊게 파헤치는 한 달 살기 프로젝트도 많아졌습니다. 유튜브 등으로 즐기는 랜선 여행도 요즘 새로운 트랜드죠.
그렇군요. 팬데믹 이후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것, 질서를 교란시키지 않는 삶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서는 지속가능한 아웃도어 레포츠, 그 중에서도 등산 관련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셨습니다. 지속가능 콘셉트로 방을 여신 이유를 듣고 싶어요.
환경이 있어야 아웃도어도 가능하니까요. 클럽하우스에서는 여행, 아웃도어 활동 전문가들과 함께 주제를 나눠 정기 모임을 열어요. 아무래도 자연 속 레포츠가 주된 소재이다 보니 환경과 연결되는 주제가 많죠.
최근 다룬 주제는 LNT였어요. Leave No Trace의 약자인데 직역하면 ‘흔적을 남기지 말라’는 뜻입니다. 1970년대 미국 환경 보호 캠페인에서 처음 사용된 용어에요. 하이킹을 즐기는 하이커든 백패킹 여행객이든 간에 흔적을 남기면 어떻게든 환경에 영향을 줍니다. 때문에 자연을 보호하면서 즐기자는 게 핵심이에요.
동시에 LNT에선 환경과 야생동물 사이의 관계를 깨트리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중요해요. 미국의 경우 커다란 국립공원이나 산에 가면 곰이 많아요. 사람의 분변 같은 흔적이나 음식 냄새 등을 관리하지 못하면 사람이 위험해져요. 텐트에 가면 사람이 있고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인지하게 되기 때문이에요. 곰이 텐트만 보면 공격하는 로직(logic)이 생기는 거죠.
곰이 일종의 학습을 하는 거군요.
맞아요. 나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야생과 인간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은 곰보다는 멧돼지를 조심해야 하는데요. LNT를 지킨다면 이런 위험성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는 거죠.
1938년에 출범한 미국의 지역 아웃도어 활동 조합 REI가 정리한 LNT 원칙은 다음과 같다.
미리 준비하고 계획한다
안정적인 바닥에서 캠핑한다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한다
발견한 자연물을 내버려 두라
캠프파이어는 최소화하고 화재를 조심할 것
야생 동식물을 존중하라
다른 여행객을 배려하라
아웃도어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다 보면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어요. 쓰레기에요. 자신이 머문 야영지에 쓰레기 봉투를 통째로 놓고 가는 사람이 많아요. 산 구석구석에 버려진 비닐이나 컵, 라이터 같은 쓰레기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산 정상석 뒤에 쓰레기 봉투를 그냥 숨겨놓고 가시는 거에요. 그 높은 정상에 쓰레기 봉투를 버리면, 그거 누가 치우죠?
클럽하우스에서 이런 주제를 지속적으로 다루는 이유에요. 미처 의식하지 못 하셨던 분들도 경각심을 가지는 문화적 영향력이 조금이나마 퍼지지 않을까 싶어서요.
환경운동 차원이 아니라 아웃도어 활동을 오래오래 즐기기 위한 차원에서 지켜야할 덕목들이 공교롭게도 환경보호로 이어지는 흐름이네요.
맞아요. LNT가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라고 할 수 있고요. 관련해 BPL 이라는 개념도 백패킹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선 중요해요. BackPacking Light의 줄임말인데요. 직역하면 가벼운 백패킹이죠. 백팩을 가볍게 매야 더 오래 걸을 수 있습니다. 몸이 힘들지 않으니까 자연에 더 집중할 수 있고요.
장비도 최소한으로 꼭 필요한 것만 챙겨야 하겠네요.
정답입니다. 특히 음식도요. 한국 사람들은 어딜가나 삼겹살을 꼭 먹잖아요. (웃음) 김치도 필수고요. 쉽게 빗댄다면 ‘산에 들어갈 때 꼭 삼겹살에 김치, 안 먹어도 되지 않을까요’ 라고 정리하고 싶어요. 산에 들어갈 때는 다른 곳보다도 특히 화기를 사용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버너 같은 화기를 배낭에서 빼면 무게가 훨씬 줄어들죠.
더불어 불필요한 고칼로리의 음식 재료들을 가져가지 않으면 사람 건강에도 좋고 환경에도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일이 없어집니다. 산불 위험도 줄이고요. 최소한의 비화식, 에너지바나 김밥 정도 챙겨가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산을 자주 타시는 분들은 무릎 관절 보호 등을 위해 스틱을 사용하잖아요. 이것도 LNT에 저촉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스틱 사용에 대해선 찬반 이슈가 있어요. 우선 탐방로의 땅을 파헤치고, 나무 뿌리를 훼손하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어요. 이와 반대로 스틱 끝에 노루발이라고 부르는 둥그런 고무를 끼우면 된다, 스틱을 사용하지 않으면 하산할 때 무릎을 상하게 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존재해요.
그래서 지리산에서는 등산로 입구에서 나무로 된 스틱을 빌려주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쇠로 만든 스틱보단 땅에주는 힘이 덜하니까 훼손도 덜하다는 거죠. 계속 생각해볼 대목인 것 같아요.
강과 바다에서 즐기는 서핑, 카약, 스쿠버다이빙에도 일가견이 있으십니다. 물에서도 지속가능한 레포츠를 즐기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다이빙이나 서핑 등 수상 레포츠는 그 자체로 자연에 큰 무리를 주지 않아요. 그런 점이 다른 액티비티와는 좀 다릅니다.
주목할 건 다이버나 서퍼들이 바다 쓰레기를 열심히 줍는다는 거에요. 비치클리닝 이라고 하는데요, 정기적으로 서핑 이후 수중, 해변 쓰레기들을 치우는 거죠. 자연이 자신들의 놀이터이기 때문이에요. 서핑을 예로 들면 바닷물을 정말 많이 마시게 되거든요. 그런데 바닷물에 쓰레기가 둥둥 떠있고, 그걸 그 물을 마셔야 한다면?
최악이네요.
그렇죠. 바다가 더러우면 그게 자신에게 직접 영향을 줍니다. 수상 레포츠 즐기는 분들이 자발적으로 청소에 나서는 직접적인 이유인 것 같아요.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은 분들도 적지 않고요.
본인은 어떠세요. 원래 환경 이슈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음. 제가 쓰레기로 인한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하는 행동들이 결과적으로 환경에 이로운 쪽으로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우선 어딜 가든 텀블러 꼭 챙겨다녀요. 5년 정도 된 거 같아요. 장을 볼 때 장바구니 갖고 다니는 것도 기본이 됐고요. 저는 특히 배송된 제품이나 식품이 과도하게 포장돼 있으면 큰 스트레스를 받아요. 처리하기 힘들거든요. 어떤 건 재활용되고 안 되고 구분하기도 너무 힘들어요. 쓰레기가 많은 것 자체를 지양하는 편이어서 가급적 소비 자체를 많이 안 하려 해요. 제품을 살 때는 아무래도 생분해 등이 잘 되는 환경 친화적 제품을 고르는 편입니다.
결과적으로 환경 친화적인 삶을 살고 계시네요. (웃음) 평소 라이프스타일도 그렇고, 무엇보다 산을 좋아하는 명수 님 취향은 언제부터 생겼나요. 계기가 있을까요?
사실 저는 어렸을 때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순이었어요. 제가 여행업을 시작했을 때 저를 잘 아는 친구들은 놀라웠다고 말해주더라고요.
제가 이렇게 변한 건, 제 삶 기저에 깔려 있던 향수들이 올라온 영향인 것 같아요. 특히 아버지요. 어릴적 저희 식구는 아버지 따라 산, 계곡, 바다를 정말 많이 다녔어요. 그 때 기억은 지금 꺼내봐도 언제나 좋아요.
특히 기억에 남는 장소는 어딘가요?
아버지 어머니랑 합천 갔을 때요. 산에 올랐는데, 아버지가 손으로 저 말리 능선을 쭉 가리키셨어요.
손가락으로 저 능선을 쭉 따라가 보렴.
능선의 모양이 꼭 임신한 여인이 누워있는 모습 같지 않니?
정말이었어요. 여인의 툭 튀어나온 이마, 콧날, 입술 그리고 목선을 타고 내려가 가슴과 불러온 배까지. 결정적인 건 속눈썹 위치에 소나무가 하나 딱 서 있는 거에요. 정말 속눈썹처럼요.
다 잊고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른이 된 후 저도 산을 좋아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그 때 추억이 떠오르더라고요. 그 산은 어디였을까,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었고요. 그게 합천 일대의 산맥 중 미녀봉이란 걸 알게 됐어요. 이에 더해 수 없이 올랐던 저희 집 뒷산 기린봉, 매년 해돋이 보러 정동진에 갔던 추억까지 유기적으로 제 삶에 영향을 준 것 같아요.
그 자연이 훼손되거나 사라지지 않고 어릴적 모습 그대로 있어줬네요. 그 덕에 어른이 된 명수 님이 다시 한 번 그 당시를 오롯이 추억할 수 있었고요. 앞으로도 사람들이 자연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자연의 품 안에서 마음껏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길 바랍니다. 이를 위해 우린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개인 차원에선 앞서 말씀드린 LNT나 BPL만이라도 잘 지키면 좋을 것 같아요.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는 같이 고민해보면 좋을 법한 이슈가 있어요. 바로 백패킹 허용 지역에 관한 논의에요. 어떻게 보면 조심스러운 대목이에요. 왜냐하면 요즘 백패킹을 즐기려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웬만하면 다 불법이에요. 백패킹을 하면 어쩔 수 없이 취사나 야영을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게 허용된 곳은 굉장히 제한적이에요. 이 선을 넘으면 갖가지 법, 예를 들어 자연공원법이나 산림보호법 같은 법을 어기게 됩니다. 그런데 이미 최근 백패킹 인구가 계속 늘고 있거든요. 결국 암암리에 백패킹에 나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1,500명 씩만 들어갈 수 있는 한라산처럼 예약제 내지 등록제로 이용할 수 있는 구획을 만들어달라는 목소리가 있어요.
반면에 기존 법 덕분에 공원 이용자들의 무분별한 취사나 야영이 줄고 있는데, 이걸 풀거나 예외 범위를 둔다면 법을 지켰던 국민이 반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 대치하고 있어요. 국립공원의 경우 설악산은 초입에 합법적으로 야영객이 이용할 수 있는 야영장이 마련돼 있어요. 낮은 지대의 휴양림이나 사유지 캠핑장에서도 백패킹이 가능하죠. 대피소도 있고요.
그런데 백패커들에게 이런 곳들은 아쉬움이 크다는 목소리에요. 백패커들은 조금 더 깊은 자연 속에서 야생에 온 것 같은 순간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거든요. 하늘과 별을 이불 삼아 땅을 침대 삼아 자고, 흔적 없이 자리를 뜨는 게 요즘 백패커들의 니즈이자 트렌드입니다. 한국에선 여의치 않으니 해외로 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죠.
이런 사람들에게 그런 취미를 갖지 말라고 강제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산이나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당국은 이에 적극적으로 대안을 마련하진 않는 것 같아요. 특히 국립공원이 아닌 지역의 경우 지자체에 이곳을 올라가도 되는지, 백패킹이 가능한지 여부를 물어보면 하나 같이 다들 잘 모르세요. 큰 관심을 안 보이시죠. 그냥 덮어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블로그와 유튜브에는 이미 백패킹 경험담을 공유하는 게시물이 넘쳐난다. 넘치는 백패킹 수요에 대응하고 자연 훼손을 줄이기 위해 관계 당국이 예산과 인력을 적극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이나 일본, 베네수엘라는 용변 봉투를 검사받는 조건으로 특정 지역에서의 백패킹을 허용한다고 한다. 반면, 자연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자연을 훼손하는 거라는 반박도 뒤따른다.
자연을 사랑하고 레포츠를 즐기면서 환경도 지킬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팁을 주신다면?
여행이나 백패킹을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은 우선 주변에 이미 해오신 분들을 따라다니며 시작해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자기가 산이 좋은지 바다를 좋아하는지 처음엔 확실치 않을 수 있잖아요. 이런 상태에서 무턱대고 장비부터 구매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고어텍스 제품을 비롯해 레포츠 장비들이 제작 과정에서 환경에 부담을 주거나, 버릴 경우 쓰레기가 되기 때문에 신중하셔야 할 것 같아요.
숙련자들은 이미 여분의 장비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쓰지 않는 장비를 초심자들에게 물려주곤 하니까 재사용 관점에서 좋은 것 같아요. 자신이 낮은 길을 완만하게 걷는 걸 좋아하는지, 아니면 굴곡진 지형을 즐기는지 우선 파악을 해보세요. 자신을 정확히 파악하는 거죠. 그냥 멋진 뷰만 잠깐 보고 돌아오는 걸 선호하는지 아니면 백팩 매고 어디론가 깊숙이 떠나야 하는 사람인지 파악하시는 게 급선무일 것 같아요.
봄이나 가을철엔 일교차가 있잖아요. 추울 때 많이들 챙기는 핫팩 대용으로 어떤 게 있을까요?
핫팩도 정말 처치 곤란한 쓰레기가 되죠. 이걸 대신할 수 있는 게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는 물통이에요. 등산객들 사이에선 날진(nalgene) 제품을 많이 써요. 야영 하실 때 여기에 뜨거운 물을 담아 꼭 안고 주무시면 핫팩 효과 못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마시기 딱 좋을 정도로 따스해지고요.
독자분들이 함께 읽으면 좋을 법한 책도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파타고니아를 설립한 이본 쉬나드가 쓴 책이죠.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과 함께 ‘나를 부르는 숲’이라는 책을 추천해요. 특히 ‘나를 부르는 숲’은 저자 빌 브라이슨의 유쾌한 문투가 장점이에요. 브라이슨은 어느 날 손녀에게 딱히 들려줄 만한 모험담 하나 없이 살아왔다는 점을 깨닫게 되요. 그래서 미국의 유명 3대 트레일(트레킹코스, 편집자 주) 중 하나인 애팔래치아 트레일로 떠나요. 여기가 총 길이 3천5백킬로미터의 엄청난 코스에요. 경험 많은 사람들도 6개월 이상은 걸어야 완주할 수 있죠.
와 대단해요. 저자가 완주했나요?
아뇨. 결국 완주는 못 하지만 그 보다 더 값진 깨달음을 얻게 되는 이야기에요. 재밌고, 감동적이죠. 저자가 텐트 안에 있을 때 곰이 나타났던 에피소드가 기억 남아요. 곰보다 몸집을 크게 보이게끔 텐트를 막 흔들어서 곰을 쫓아냈던 장면입니다. 나이에 굴하지 않고 체력적 한계, 어려움에 도전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웃고 울게되는 그런 책이에요.
이런 책들을 읽다 보면 개인적으로는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완주를 한다거나, 기록을 깨는 것보다는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점을 인정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인간 또한 자연에 속해 있다는 점을 말이죠.
자연스럽게 마지막 질문으로 연결해볼게요. 나에게 보호란?
그것을 그 자체로 두는 일. 그 모습 그대로를 지켜주는 것. 사람이든, 환경이든 무엇이 됐든, 그것만의 고유의 모습을 지켜주는 것이 보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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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J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