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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보호자들

지구를 보호하는 주부의 저력

보호자들 Ep.12 실천하는 주부 임은희 님

by 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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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원래 우리나라는 눈도 잘 안 오고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 끼고 살아야 하는 나라야?”

아이 둘을 둔 평범한 엄마 은희 씨는 일상 속 특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기후위기에 대처하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평범한 개인은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거대 담론을 듣다 보면 이내 움츠러들기 십상이다. 하지만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우리 아이들을 떠올린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소소한 일상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은희님의 취미




안녕하세요 보호자님, 간단히 자기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초등학생 아이 2둘 키우는 주부입니다. 결혼 14년차, 아이 키운지는 13년차입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어요. 작은 독서 모임에 참여합니다.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서 금요일마다 열리는 환경 토크를 틈틈이 들어요.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살림에 활용할 수 있을까 메모하고 고민하며 살고 있답니다.


은희님의 삶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코로나19 이전에는 대기오염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아이가 아토피로 고생하고 있거든요. 이대론 안 되겠는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정부가 알아서 하겠지 이런 상념에 젖곤 했어요.


코로나19 이후에는 전염병에도 관심을 갖게 됐죠. 전반적으로 지구에서 발생하는 여러 질환과 환경 문제에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시 대기오염으로 돌아오더라고요. 대기오염의 주범은 저였더라고요.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예를 들면 제가 싸다고 구매했던 중국산 제품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발생한 오염물질이 돌고 돌아 제 아이 눈이나 기관지로 들어오게 됐다는 인식을 갖게 됐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사용했던 일회용 장갑들이 저희 아이들을 아프게 만들었더라고요. 코로나 사태 이후로 그간 외면하고 살았던 것들을 조금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한편, 여느 가정처럼 저희도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배달음식 시켜 먹는 횟수도 늘었죠. 출퇴근 해야 하는 저희 남편은 하루에 마스크를 4개씩 사용해요. 마스크는 재활용도 안 되잖아요.


거기에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주문해요. 냉동식품, 냉장식품, 일반식품을 시키면 박스가 3종류로 나뉘어 배송됩니다. 엄청난 낭비잖아요. 주문한 식자재 만큼 자꾸 박스가 쌓이고 마스크로 가득찬 종량제 봉투를 보면서 ‘아, 이건 아닌데’ 문제 의식을 갖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코로나 상황이다 보니 이웃에게 쓰레기 분리배출 관련 첨언을 해도 이전과는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예민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까봐 걱정이 많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길동이 엄마, 그건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아. 왜냐하면…” 이런 식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환경문제 관련해 첨언을 해요. 코로나 시국을 거치다 보니 큰 눈치가 안 보여요. 되레 자신있게 이야기 하죠.


코로나 이후 환경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시민이 많아진 것 같아요. 은희 님은 코로나 이전에도 아이들 때문에 환경 문제에 관심 갖게 됐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그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볼게요.


하루는 저희 딸아이가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엄마, 원래 우리나라는 눈도 잘 안 오고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 끼고 살아야 하는 나라야?”


그 말이 충격적이었어요. 딸이 초등학교 2학년이거든요. 이 말을 듣고 나서 ‘뭐라도 해야되겠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딸아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미세먼지 안 낀 새파란 가을 하늘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거든요.


아토피도 마찬가지에요. 주위를 둘러 보면 요즘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진짜 많아요. 저희 큰 아이도 마찬가지에요. 화학 물질에 아토피 반응이 나타나는데, 예를 들면 공사장 옆을 지나가다가 갑자기 알 수 없는 물질로 인해 목에서 발끝까지 심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식이에요. 병원에서도 잡아내지 못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알 수 없는 화학 물질’이 원인이라고 하더라고요.


공사를 하거나 물건을 제작할 때 기업에서 친환경적이거나 인체에 무해한 표준을 굳이 염두에 두지 않는 점도 문제인 것 같네요.


맞아요. 심지어 학교 안에서도 마찬가지에요. 만들기 상자나 수업 꾸러미를 나눠줘요. 그런데 재료들이 대부분 조악한 플라스틱이에요. 교육청에 물어봤죠. 그랬더니 “최저입찰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값싼 중국 제품을 사용했다”는 답변이 돌아왔어요.


학교 교보재가 환경에 영향을 미치든 안 미치든 상관하지 않고 그저 싼 가격만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거죠. 학교에서 탄소 발자국 배우고 환경 문제에 관한 거시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생활과 교육이 괴리된 것 같아 안타까워요.


이건 사회, 학교, 부모, 가정 다 같이 고민하고 함께 바꿔나가야 할 부분이잖아요. 아직도 70-80년대처럼 대량 생산된 물품으로 아이들을 너무 쉽고 빠르게 가르치려는 건 아닐까요. 심지어 환경 문제를 수록한 교과서들도 다 코팅된 반짝이는 종이를 써요. 학교 시스템은 전방위적으로 환경 친화적이지 않아요. 걱정스러운 대목이죠.


아무래도 현재 은희 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쓰레기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어떤가요?


저는 벌써부터 백신 맞게 되면 그 백신 접종으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 폐기물이 우려돼요. 알루미늄이며 주사기까지 제대로 폐기가 될지 걱정되는 거죠. 누군가는 제가 다소 예민하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쓰레기 문제는 환경 오염 측면에서 중요하잖아요. 아무래도 조금 더 마음을 쓰게 돼요.


코로나19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니까 쓰레기가 자꾸 쌓여요. 쓰레기가 눈에 밟혀요. 이게 일주일만에 나온 쓰레기인가 싶을 정도로 많은 양이 나와요. 어느 날은 한 번 환경미화원분들께 물어봤어요.


이거 정말 재활용 되나요?


그랬더니 웃으시면서


다 태워요


라고 말하시더라고요. 너무 충격이었어요. 음식물 담았던 플라스틱 통을 자세히 보면 김칫국물 같은 게 배겨 있잖아요. 이걸 물로만 헹궈서 쓰레기 더미에 던져놓으면 나머지가 다 오염돼 재활용이 불가능해지기 일쑤라고 하더라고요. 결국 다 불태우죠. 100명 중 한두 명이 분리배출을 대충해도 우리가 겪는 피해는 엄청나다는 인식을 갖게 됐습니다.


맞아요. 무엇보다 아이들 키우는 집에선 아무래도 쓰레기가 상대적으로 더 나올 수밖에 없잖아요. 쓰레기 배출할 때 각별히 더 신경쓰셨을 것 같아요.


큰 아이 키우면서 제일 먼저 섬뜩했던 건 기저귀 쓰레기였어요. 천 기저귀와 일회용 기저귀를 번갈아 썼었죠. 그런데 아이 한 명이 하루에 기저귀를 예닐곱번 갈더라고요. 일회용 기저귀를 모아 10리터 종량제봉투에 넣어 버리던 어느 날 아이를 둔 동네 이웃에게 이런 속내를 털어놓았어요. “애 하나에 기저귀 쓰레기 봉투가 3개씩 나오는데 집집마다 애들 수를 생각하면 너무 섬뜩하지 않아?” 그랬더니 “그런 걸 다 신경쓰면서 어떻게 살아” 이러는 거에요. 그때는 ‘내가 너무 예민한가’ 싶었어요.


그런데 둘째 때는 확실히 달라졌죠. 그 당시에는 미세먼지가 유독 심했어요. 아예 천 기저귀를 썼어요. 세탁기도 있고 하니까 요즘엔 옛날처럼 천 기저귀 사용하는 게 그렇게 번거롭지 않거든요.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던 제가 점점 더 본격적으로 환경에 덜 부담을 주는 생활 양식을 추구하기 시작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실천을 하기 시작했나요?


일단 앵겔지수가 어마어마하게 올라갔어요. (웃음) 친환경 식자재 위주로 먹기 시작했거든요. 달걀은 환경호르몬 등을 감안해 방사유정란을, 고기는 윤리적으로 소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할랄푸드나 대체육을 먹어요.


소고기나 양고기는 탄소 발생률이 높다고 해서 소비를 줄였어요. 돼지, 닭고기, 생선 으로 대체했어요. 그래도 아이들 성장 발육 등을 고려해 소고기를 구매하는데, 이때는 곡물 사료로만 키운 그래스 페드 비프(Grass-fed beef)를 찾아요. 상대적으로 학원 보낼 돈이 부족해졌어요. (웃음) 하지만 학원보다 이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뜻을 같이하는 주위 분들과의 연대도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라이프스타일을 바꾼 뒤 제가 가깝게 지내던 엄마들 10명 중 7명이 저와 멀어졌어요. 대신 편하게 환경 이슈, 쓰레기 문제, 유기농 내지 윤리적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엄마들이 모여들었죠.


편해요. 환경 이야기를 부담없이 나눌 수 있게 됐거든요. 저를 떠난 지인이 했던 이야기를 떠올려 보면 정말 격세지감이에요. 달걀을 구매할 때였는데 “어느 마트에 가면 달걀 한 판에 3천 원밖에 안 하는데 너는 왜 비싼 만 원짜리 달걀을 먹니? 그게 뭐가 중요해?” 이런 식으로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생각의 차이인 것 같아요. 저는 그저 아이들이 건강하게끔 음식을 먹이고 싶어요. 아이들이 건강한 지구에서 잘 살게 해주고 싶어요. 커뮤니티 속 엄마들 모두 한 마음이죠. 아홉 명이 모여서 구인회인데, 최근에는 ‘비윤리적 기업의 제품은 쓰지 말자’는 식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목소리를 내는 등 활발하게 활동합니다. 독서 모임도 정기적으로 갖고 있고요.


이런 작은 커뮤니티가 자꾸자꾸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이 골목 저 골목마다 10개, 천개, 만개 이상 쭉쭉 생기면 풀뿌리에서부터 생활 양식이 친환경적인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나저나 대체육을 먹어본 아이들 반응은 어땠나요?


대체육 맛있더라고요. 다들 좋아해요. 글루텐이 함유돼 있긴 한데, 애들 먹는 과자보다 더 적더라고요. 일주일에 한 번씩 번갈아가면서 치킨너겟 모양의 대체육 먹이는데 아이들 반응이 좋습니다.


엄마가 환경 친화적인 라이프를 추구하다 보니 자연스레 가족들에게도 변화가 있을 것 같아요. 어떤가요?


아이들이 학교 교육청에서도 학교 탄소발자국이나 신재생에너지 같은 주제를 배우더라고요. 자연스레 엄마와 아이들이 해당 주제로 이야기하는 시간이 늘었어요. 엄마는 환경을 위해서 A, B, C 같은 활동을 해. 너희도 동참하지 않을래? 이런 식으로 대화를 이어나가요.


분리배출을 위해 이물질을 함께 제거하고 같이 버리고 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의 방향성 또한 달라졌어요. 플라스틱 재질 장난감 보단 책을 보거나 목재로 만든 보드게임을 더 선호하더라고요. 나뭇가지로 리스 만들어 현관문에 걸어두었어요.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사용할 일이 없죠. 종이접기도 하루 종일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이면지 쓰는 게 자연스러워졌어요.


첫째 아이는 어느 날 버려진 마스크의 끈을 제거하더라고요. 새들이 걸려 죽을 수 있다고요. 그 마스크 끈을 리스에 묶어 리스 걸이용으로 재활용했습니다. 아이들 아이디어가 너무 좋아서 살림에 반영할 때도 많아요.







남편 분은 어떤가요?


남편은 환경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우리가 바뀌고 나니 남편도 조금씩 변하더라고요. 분리수거 하기 전에 플라스틱은 꼭 세척합니다. 일회용 컵 쓰지 않고 보온병을 휴대하고 다녀요. 비닐 대신 종이봉투를 쓰지요.


다독가시더라고요. 책을 읽는 시간이 은희 님께 큰 에너지를 주는 것 같아요. 환경 문제와 관련해 읽으셨던 책도 있는지요? 와닿았던 문장이나 표현들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짧고 강렬하게 문제의식을 갖게 해준 책은 방송인 타일러 라쉬의 책이에요. ‘두 번째 지구는 없다’입니다. 좋은 입문서에요. 심각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놓았어요. 편하게 읽혀요. 그리고 최근에 읽은 책 중 홍수열 님의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를 꼽고 싶어요. 이 책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


다른 책이 너무 전문적이고 무거운 통계 수치들로 가득한 편이라면 이 책들은 깊은 배경지식 없어도 쉽게 환경 문제를 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우리가 얼마나 위험한 환경에 놓여있는지를 잘 보여줘요.





지구를 위해 실천해야 할 10가지


1. 여름 냉방은 섭씨 1도 높게, 겨울 난방은 1도 낮게 설정하기

2. 과대포장한 제품, 선물세트 등 피하기

3.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페트병 대신 투명페트병을 사용하고 분리 배출하기

4. 플라스틱 통은 여러 번 재사용하기

5. 음료 마실 때 빨대나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하지 않기

6. 수도꼭지를 잘 잠그고 샤워 시간 줄이기

7. 화장지, 종이, 가구 등 모든 목재 및 임산불에 FSC(국제산림관리협의회) 인증 라벨 확인하기(FSC 인증 라벨 제품을 사용하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관리된 나무를 선택함으로써 숲과 야생동물을 모두 보전할 수 있다)

8. 종이를 절약하여 사용하고 재활용하기

9. 가능한 걷거나 자전거 및 대중교통 이용하기

10. 어린 생선(풀치, 노가리, 총알오징어 등) 구매하지 않기



이 책에 실린 ‘지구를 위해 실천해야 할 10가지’는 제가 늘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삶이 느슨해질 때마다 다시 읽어보며 마음을 다잡죠.


“언제나 따뜻한 물이 나오는 집, 계절에 상관없이 쾌적한 쇼핑몰,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사무실. 우리가 갇혀 있는 작은 상자들은 편리하지만 그 상자를 감싸고 있는 것은 자연이고 지구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갇힌 작은 상자가 편하고 쾌적하기 때문에 지금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잘 알지 못하는 듯 하다” -타일러 라쉬-


저는 이 문장을 읽고 반성을 많이 했어요. 제가 참 무심하게 살았더라고요. 필요하거나 편리하다는 이유로 일회용품이나 여타 가전제품을 큰 고민 없이 30여년 소비하며 살아온 것 같아요.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를 보면 ‘얘는 쓰레기야, 얘는 쓰레기 아냐’ 이런 내용을 알 수 있어요. 우리가 분리수거를 정말 열심히 하지만 실상은 우리 예상과 다른 부분이 많다는 걸 알게 됐죠.


음식물 쓰레기가 대표적인 착각이었어요. 저는 축축하게 젖은 유기물은 다 음식물 쓰레기이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달걀 껍데기요. 그런데 그게 음식물 쓰레기가 아니더라고요. 달걀 껍데기를 으깨서 화분에 뿌리곤 하잖아요. 당연히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면 되겠지 싶었는데, 그러면 안 되고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하더라고요. 주부로서 아무래도 음식물 쓰레기를 많이 접하게 되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참 엉터리로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었구나 자각하고 반성했습니다.


저는 소셜미디어로 이 책을 알게 됐는데, 모두가 저처럼 SNS를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이런 내용들을 지방정부 등 관할 당국이 주민센터 등을 통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알렸으면 좋겠어요. 다른 주부들도 두루두루 알 수 있도록 말이죠.






아주 큰 변화는 아니더라도, 이것 하나만 신경쓰면 조금이나마 더 환경 친화적 일상으로 바꿀 수 있다 싶은 나만의 아이디어가 있으신가요? 같이 공유해주세요.


온라인 주문할 일이 많잖아요. 배송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여러 업체에서 물건을 주문하지 않아요. 한 군데서 사죠. 품목 5개를 사고자 할 때 비록 한두 개 품목을 다른 사이트에서 더 싸게 팔더라도 그냥 한 사이트에서 묶어서 사요. 냉동은 냉동끼리, 냉장은 냉장식품끼리 주문하고요. 그래야 포장이 단출해집니다.


화장품 용기도 재활용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나마 투명한 유리병은 재활용된다고 해서 그런 제품 위주로 사용해요. 나아가 화장품 용기 들고 가서 필요한 양 만큼 받아오는 매장을 적극 활용합니다. 여러 사람이 펌핑해서 쓴다고 해서 화장품의 질이 떨어지지 않아요.


냉장고 안에 식자재 보관할 때 예전엔 비닐이나 랩을 이용했죠. 하지만 이제는 스티로폼과 플라스틱을 전혀 쓰지 않아요. 물건 사러 갈 때 통을 가지고 가면 스티로폼 포장이 필요 없어요. 남은 음식은 밀랍랩으로 보관해요. 요즘 주머니 형태의 밀랍 봉투도 팔거든요. 거기에 양파 등을 담아와서 냉장고에 보관하죠. 잡지를 끼워 넣으면 수분 조절까지 됩니다. 실리콘랩도 유용하고요.


고체 샴푸, 고체 치약은 가장 적게 포장된 제품을 쓰고 있어요. 칫솔은 고민스러워요. 죄책감을 덜 가질 수 있는 제품 나왔으면 좋겠어요. 대나무칫솔은 모가 플라스틱이라서 뽑아서 버리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일단 가장 친환경적인 대나무 칫솔이 나오기 전까진 최대한 한 칫솔을 사용하는 기간을 늘려보고자 노력해요.


그 보완재로 쓰는 게 치실이에요. 저희 아이들 치실을 잘 쓰는데 여지껏 충치 한 번 없었어요. 특히 친환경 치실은 금방 녹아버리니까 더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잖아요. 칫솔은 프라그를 걷어내는 수준으로만 사용하죠. 아이들 칫솔은 보름 만에 망가지곤 했는데 이젠 그 이상으로 사용해요.







친환경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면서 은희 씨 개인에게 제일 좋은 건 뭔가요?


내가 멋진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잘 살고 있구나, 내가 생각하는 방향이 옳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돼요. 제 신념이 저를 건강하게 만들어요. 하루 날 좋으면 ‘내가 노력해서 하루가 맑아졌구나’ 생각할 정도로 긍정적인 자존감이 커졌어요. 죄책감이 줄었어요. 내가 조금 더 괜찮은 인간이 된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도 ‘너희가 노력해서 이렇게 눈이 온다’고 말해주며 동기부여 해줍니다.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나에게 ‘보호’란 어떤 의미인가요?


저에게 보호란 작게는 우리 가족을 보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요. 가족을 지키는 것, 건강을 지키는 것. 피부를 보호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 그리고 이 지점에서 보호의 범위가 확장되기 시작해요. 가족의 건강을 위해 저는 조금 더 건강하게 생산된 식자재를 구입합니다. 건강한 식자재는 건강한 흙에서 난 건강한 사료를 먹고 자란다는 것까지 생각하게 됩니다.


결국 보호는 우리의 터전인 지구를 보호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 같아요. 사회 주축이라 할 수 있는 현 세대는 산업 혁명의 가장 큰 수혜 받고 자란 것 같습니다. 풍족했고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만들더라도 죄책감이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쓰레기로 가득찬 대지에서 달리기를 합니다. 오염된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죠. 제가 이 아이들을 어디까지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막막해요.


하지만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작은 실천들을 생각하면 작은 희망 또한 생깁니다. 제게 보호란 우리 가족을 위해 결국 지구를 보호하는 것을 의미해요.

Boho works communicator

Editor 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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