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CMS를 쓰다보면 ‘우리 회사 만의 약속’ 같은 게 있다. 타부서 직원 끼리도 신속하고 오해 없이 소통하게 해주는 표현들 말이다.
내가 다녔던 회사에선 기사작성 관련한 표현이 많았다. 예를 들어, 현재 작성 중인 기사는 글 제목에 ‘(작)’, ‘(중)’, ‘=작중=’, ‘=작=’ 과 같은 말머리를 붙인다. 아직 데스킹, 즉 검수 및 승인이 완료되지 않은 채 일단 주제와 개략적인 내용만 들어간 경우가 많다. 이걸 작성자가 중간 중간 저장할 경우, 열람 권한이 있는 다른 사람도 기사 원 내용을 볼 수가 있다. 앵커로 뉴스를 준비하면서 ‘데스킹 전과 후’를 비교해볼 때 종종 관전(?)하곤 했다.
뉴스는 주요 인물이나 인터뷰 대상의 인터뷰 전문을 바탕으로 제작된다. 전체 발화 내용을 확인하고 그 중 기사 주제에 맞춰 특정 인용구를 뽑아낸다. 요 인용구를 업계에선 ‘싱크(sync)’라고 표현한다. 정확한 유래는 모르겠으나 인터뷰 음성과 자막이 일치를 이뤄야 한다는 점에서 ‘synchronize’와 관련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인터뷰 전문을 현장의 기자들이 쫙 다 써놓는다는 사실을 아는가. 내부 직원들만 볼 수 있는데, 이걸 ‘받아치기’라고 한다. 이 받아치기 한 내용을 CMS 프로그램을 통해 쭉 읽다보면 *** 요 ‘별표’를 발견할 수 있다. 저 별이 한두 개만 달린 문장도 있지만 어떤 문장은 별표가 ************ 엄청 길게 달려있다. 현장에서 기자가 ‘이건 중요하다’고 판단해 표시해놓은 거다. 별 달린 문장들이 보통 리포트 형식의 기사에서 싱크로 사용될 때가 많다.
##도 자주 썼던 기호다. ##은 주로 작성자가 그래픽 제작자, 혹은 데스크 등 이 기사를 편집하고 가공할 권한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공지하는 내용이다. 내부 직원끼리 업무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쓰는 ‘컴퓨터 명령어’ 같은 개념이다. 기사에 첨부돼야 할 그래픽의 각 슬라이드를 구분할 때나 ‘##(2)번 기사와 붙여 써주세요’, ‘##사망자 숫자 업데이트 반영’ 이런 식으로 각 기사를 처리할 때 염두에 둬야 할 내용을 적는다. 가끔 ‘##홍길동 선배가 직접 가서 촬영해주셨습니다’라며 애정어린 쪽지를 남기기도 한다.
독일에선 속보 기사에 +++를 붙인다. 중요한 공문서에서 +++를 붙이고, 발행되는 기사에도 저 플러스 표시가 붙어서 나갈 때가 있다. 방송에서도 가끔 사용되는데 중요도가 클 경우 텍스트 기사에 붙는 + 숫자가 늘기도 한다. 마치 받아치기 본문 속 * 별표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