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 집권이 목전인데, 권력 투쟁 아닌 '권력 러브콜'
제대로 된 연정 시스템이 작동하는 모습을 처음 본다. '왜 독일 정당들은 한국 정당처럼 피튀기는 각종 기술(?)들을 걸지 않나' 하는 의문이 이번 독일 총선을 겪으며 어느 정도 풀렸다. 인품들이 다들 좋아서? 아니다. 작정하고 공격하면 여기는 굉장히 염세적(?)으로 "조진다". 그런데 어지간 해선 안 그런다.
정권을 잡으려면 서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위 그래픽을 보면 메르켈 이후 연방정부가 어떻게 구성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SPD가 승리했다고 해서 다 끝난 게 아니다. 이제 '총리를 누가 하는 게 좋으냐'에 따라, 각종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어떤 모델로 연정할지가 정해진다.
녹색당과 자민당은 캐스팅 보트다.
사민당과 기사련은 녹색당과 자민당에 엄청난 러브콜을 보내는 중이다. 만약 녹•자•기사련이 손잡고 '자메이카 연정'을 만들면? 녹색당 총리 후보인 베어보크나 기사련 후보인 라셰트가 매르켈의 뒤를 이을 수 있다. 사민당 숄츠도 본인이 총리가 되기 위해선 녹색당과 자민당의 손길이 필요하다.
과거 한국 정치에도 국민의당이 원내에 '제3세력' 개념으로 다수 입성한 적이 있다. 양당정치의 폐해를 해소하겠다는 구호에 국민이 어느 정도 기회를 준 셈이다. 구조적 한계 때문에 그 구호는 실현되지 않았으나, 그 때 국민의당을 캐스팅보트로 잠깐이나마 예우해주던 거대 양당의 모습이 신선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고 녹색당과 자민당이 마냥 갑도 아니다. 사민당과 기사련이 손잡으면 낙동강 오리알이 된다. 이러한 묘한 역학 관계 때문에 독일 정당들은 서로를 헐뜯기 보단 설득을 해야 한다. 말로만 듣던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가 작동하는 모습이다.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