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때문에 우리집 전기가 끊겼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운 속 사진 한 장

by 정병진

얼마 전 저희 집 전기 공급을 종료한다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독일 살다 보면 이런 편지들 때문에 우편함 열 때마다 가슴이 덜컹덜컹 거리죠.

저희집 전기공급 회사는 "Es tut uns sehr leid(매우 유감입니다)"라며 저희가 계약한 금액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없게 됐다고 일방적인 양해를 구했습니다.

이유는 전쟁 위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의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유럽에 공급하는 가스관을 잠가버렸어요. 자기들 내킬 때 열었다 닫았다 하며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을 길들이는 푸틴 형..

저희집 전기 공급자는 러시아가 가스관을 걸어 잠가 전기 생산에 필요한 비용이 수백배 뛰어버려 긴급히 전기 공급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다행히 이런 경우 다른 사업자가 저희 같은 계약자를 넘겨 받아요. 어떻게 어떻게 전기 공급 회사를 바꿨습니다.

전쟁 분위기 만으로도 제 일상이 이리 휘청이는데, 전쟁이 정말 발발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유럽에선 코로나보다 전쟁 위기가 더 톱뉴스입니다. 마크롱 대통령과 영국 총리가 이참에 유럽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주도권 경쟁을 하고 있어요. 독일 숄츠 총리는.. 아직 직무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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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BBC가 나무총을 들고 긴급히 군사 훈련에 참여한 할아버지의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훈련 교관은 그를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았습니다. 우크라이나 군사력의 현주소입니다. 사람 가릴 처지가 못 되는 겁니다.

전쟁 위기가 고조되니 목숨 걸고 훈련 받으러 뛰어나오신 할아버지.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버지, 할아버지일테죠. 살면서 누군가를 보호해본 사람은 설령 몸이 현저히 쇠약해졌더라도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저렇게 두려움 없이 나서게 되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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