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스(Tschüss)- 메르켈!

막 내린 메르켈 시대

by 정병진
zum-ende-laesst-merkel-kein.jpg 이번 총선 직전 자신의 선거구를 찾은 메르켈 전 총리. 새 공원에서 익살스런 표정.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시대가 끝났다.


재임 기간 동안 메르켈 총리는 포용과 실리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2015년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을 수용했던 일이 대표적이다. 인도적 메시지를 던지면서, 이민자가 노동시장에 자연스럽게 편입되도록 통합 정책을 펼쳤다. 문화적 충돌로 인한 부작용이 많았지만 사회 곳곳의 구인난을 해소시키기도 했다.


푸틴의 정적 나발리가 피습됐을 때는 베를린의 샤리테 병원으로 그를 데려와 치료했다. 푸틴은 "내가 안 했다"는 입장이었지만 유럽의 삼척동자들도 누가 나발리를 습격했는지 알고 있다. 메르켈은 중재자 핀란드에 요청해 크램린궁과 커뮤니케이션 했다.


푸틴은 정적을 죽이려 했다는 오명을 슬쩍 피할 수 있었고, 메르켈은 러시아의 천연가스가 유럽에 원활하게 수급되도록 손을 썼다. 나발리의 목숨도 살렸다. 보통 영리한 외교가 아니다.


메르켈이 16년 간 보여준 “엄마(Mutti)” 리더십.


실정도 많았지만, 그녀의 정치적 오점은 엄마라는 단어 하나에 모두 녹아들어 잘 보이지 않는다. 언론들의 논조도 최소 "나쁘지 않았다(Nicht schlecht)"는 반응이다. 츄스(Tschüss)- 메르켈!


이번에 치러진 총선 이후 독일은 사회민주당(SPD)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중이다. 사민당이 연정을 구성하는 안은 총 3가지. 녹색당, 자민당과 손잡는 '신호등 연정'과 자민당, 기사련과 손잡는 '자메이카 연정'이 있다. 마지막으로 사민당과 기사련 두 당만 손잡고 정부를 꾸리는 '대연정' 안이 남았다.


사민당이 정국 주도권을 잡으면서 노동자 친화적인 정책이 많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당장 코로나 지원금 등으로 나라 곳간이 많이 비었기에 세수를 확보하고 비용을 줄이는 쪽으로 조타를 잡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시간당 12유로로 인상한다는 대표 공약은 쉬 져버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의 연방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올라프 숄츠가 사민당 출신 총리가 될 가능성이 현재 가장 높다. 그는 앞으로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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