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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병진 Oct 04. 2021

"여보, 애가 나올 것 같아"

아내에게 다소 이른 산통이 왔다. 둘째 설이었다. 2016년 9월 경주에 큰 지진이 났다. 아내가 입원 중이던 일산 여성병원까지 '덜컹' 흔들렸다.


같은 시각, 상암 YTN 건물도 '꿀렁' 흔들렸다. 4층 편집국 앵커석 천정에 걸린 앵커석 팻말이 좌우로 5센티미터가량 출렁였다. 나는 내 시간대 뉴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국에서 걸려온 제보 전화를 받아 방송 연결 가능한 시청자를 추려 편집국 PD들에게 토스해줬다. 이윽고 방송 투입 준비를 막 완료하던 찰나, 아내로부터 연락이 왔다. 산통이었다.


조산이어서 아내와 아이 둘 다 위험했다. 출산 경험이 있는 회사 선배들은 몇 몇 피해야 할 병원, 추천할 만한 병원을 알려줬다. 세브란스와 아산으로 좁혀졌다.


때마침 퇴근했던 선임 앵커 선배가 황급히 회사로 돌아왔다. "병진아, 내가 특보 들어갈테니까, 너는 얼른 제수 씨한테 가봐" 감사하다는 말 전할 틈도 없이 황급히 아내와 아이에게 달려갔다.


내가 방송국에 있는 동안, 아내의 친구와 남편이 나보다 먼저 일산에 도착했다. 경황 없던 나 대신 아내 친구와 남편은 아산 병원으로 전원 절차를 끝냈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아내를 엠뷸런스에 태워 일산에서 아산병원까지 15분 만에 내달렸다.


아내의 장기 협착이 심했다. 한 발 늦었다면 아내의 생명까지 장담할 수 없는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아산 의료진의 전문적이고 세심한 진료 덕에 아내와 아이 모두 무사했다. 이후 알게 됐지만 엄마들 사이에선 '애가 위험하면 세브란스, 산모가 위험하면 아산'이 공식이었다. 소아과 자체는 서울대 어린이병원이 제일 좋다고들 덧붙인다.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가 '월드 베스트 병원'을 공개했다. 서울아산병원이 암 진료 세계 5위를 차지했다. 베를린 샤리테, 미국 존스홉킨스 보다 앞이다. 국내로 좁히면 아산병원은 심장병 진료를 비롯해 총 10개 분야 중 7개 분야 탑을 차지했다. <뉴스위크>가 우리 회사에 의뢰해 나온 결과다.


우리 가족과의 인연 덕분인지, 이번 조사 결과가 내겐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밤새 아내를 지켜주시던 레지던트 선생님들, 인큐베이터에서 설이의 폐기능이 완성되게끔 전심으로 케어해주신 선생님, 무심한듯 시크하면서도 아내의 회복 상태를 꾸준히 체크해주시던 주치의 교수님까지. 다들 눈에 선하다.





멀리서 이렇게 나마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스태티스타는 20개국 의료 종사자(의사, 병원관계자, 보건전문가) 4만여 명을 온라인 설문조사했다. 전문가 자문단이 설문조사 결과의 유효성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평가했다. 암·심장병은 세계 250개, 심장수술과 소아과는 150개, 나머지는 125개를 선정했다. 평판조사 방식이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11748#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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