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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병진 Jan 07. 2024

딸아, 너는 누나지 엄마가 아냐, 그러니 부담 갖지마

딸이 4살 어린 동생 때문에 힘들어 할 때


11살인 딸아이가 남동생 때문에 억울해 하거나 힘들다고 호소할 때가 있습니다. 동생과 한 번 놀아주면, 동생이 끝없이 자기와 놀아달라고 엉겨붙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반복되면서 딸아이는 동생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커졌습니다.


"아빠, 설이가 내 거 다 부숴놓고, 너무 귀찮게 해. 너무 힘들어"


딸아이가 아들래미를 데리고 잘 놀아주면 아내와 저는 사실 편합니다. 둘 만의 시간을 보내거나 자잘한 일들을 처리할 수 있지요. 달콤한 휴식을 취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길어지면, 누나가 4살 어린 동생과 놀아주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누나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사실상 '육아'에 가까워지기 때문입니다.


"니가 누나니까 좀 참고 양보해줘. 니가 좀 놀아주면 안 되겠니?"


이런 말이 첫째에게 부담으로 다가왔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째가 먼저 받은 부모의 사랑과 돌봄은 동생보다 시간적으론 더 깁니다. 선물도 동생보단 더 많이 받아왔지요.


그렇다 하더라도 그걸 명분 삼아 첫째 아이에게 둘째를 돌보라고 떠미는 건 건강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딸에게 먼저 사과했습니다. 아빠가 육아를 했어야 했는데 네게 상당 부분 떠넘기고 있었구나, 라고요.


"네 동생은 엄마 아빠가 키우는 거야. 너는 동생과 놀아주며 서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지, 그렇지만 너는 설이의 엄마가 아니야. 그러니 부담 갖지 않아도 돼. 안 놀아줘도 돼. 도움이 필요하면 엄마•아빠한테 와"


남동생에 대한 딸아이의 부정적 태도가 최근 많이 호전됐습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딸아이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주는 게 역시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제가 더 적극적으로 함께 시간을 보낼 때 이런 어려움은 자연스레 해결될 겁니다.


아빠가 반성하고 더 힘 내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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